전체 생산량 40% 차지하는 세종공장 가동 중단시 매출 타격 불가피
경쟁사 동원F&B·빙그레·남양유업 등 반사이익 누릴 가능성 제기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파동이 커지면서 불매 운동이 점차 격화되는 추세다. 이에 그간의 남양유업 불매 이슈에도 액상 발효유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불가리스가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충북대 수의대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합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했더니 바이러스 저감률은 77.7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 "개의 신장 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저감률이 99.999%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즉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질병관리청 측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남양유업의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현장. [사진=남양유업 제공] ⓜ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현장. [사진=남양유업 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 조치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의 심포지엄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였다고 보고,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관할인 세종시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지난 16일 실시했고, 다음달 3일 최종 처분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사안으로는 가장 강력한 처분이다.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이 최종 확정되면 불가리스, 우유, 분유 등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된다. 남양유업은 아직 세종시의 처분에 대한 대응책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2019년 창업주 외손녀 마약 사건, 경쟁사 악플 사건 등으로 불매운동을 경험한 바 있다.

불매운동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연결기준 실적으로 전년대비 7.95% 감소한 매출액 9489억원, 영업손실 7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1조원 이하로 하락한 것은 11년만이다. 유업계 1위 자리도 매일유업에 내줬다.

이 악재 속에서도 남양유업이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액상 발효유 시장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액상 발효유 시장 규모는 4500억원 수준으로, 남양유업의 점유율은 23.1%로 업계 1위다.

빙그레 요플레가 사단법인 한국마케팅협회가 인증하고 소비자가 함께 평가하는 '2021 한국산업의 구매안심지수' 떠먹는 요구르트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사진=빙그레 제공] ⓜ 
빙그레 요플레가 사단법인 한국마케팅협회가 인증하고 소비자가 함께 평가하는 '2021 한국산업의 구매안심지수' 떠먹는 요구르트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사진=빙그레 제공] ⓜ 

하지만 남양유업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세종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점유율 2위 동원F&B(20%), 3위 빙그레(10%)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경쟁사로 매일유업, 롯데푸드, 풀무원, 동서식품 등이 있다.

경쟁사들은 이미 '1+1', '2+1'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바꾸기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동안 최근 빙그레는 소비자가 함께 평가하는 '2021 한국산업의 구매안심지수' 떠먹는 요구르트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가도 경쟁사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심포지엄 이후인 14일부터 3거래일 연속 남양유업은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나, 같은 기간인 16일 매일유업은 전날보다 1700원(2.27%) 뛴 7만 6600원에 거래됐고, 빙그레, 풀무원 등 경쟁관계 회사들 주가도 1% 미만 상승했다.

특히 매일유업은 2013년 남양유업의 갑질논란이 있기 전까지 밀렸으나, 남양유업 불매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지난해 매출 1조 6461억원, 영업이익 865억원, 순익 57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이번 사태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발효유 시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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