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과로사 논란과 최근 강동구 아파트 갈등까지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택배기사가 층 버튼을 하나하나 다 눌렀다.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물건으로 막아두고 각 층마다 물건을 서둘러 내려놓기에 바빴다.

덕분에 집까지 올라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를 옮기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안해하는 택배기사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익일배송도 느리다는 세상이다. 물건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주거나, 이것에도 만족 못해 3시간 배송까지, 택배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삶은 편해졌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로켓배송으로 성장한 쿠팡은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이루며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며 화려한 데뷔를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택배기사 과로사 의혹이 있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는 지난해 4명, 올해 들어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쿠팡 측은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기 위해 모든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과로사에 대해선 부인했다.

과로를 직접적 사인으로 100%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한참 부족한 상황에서, 치열해진 배송 전쟁에 택배기사가 과로에 시달리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따르면 성수기에 택배기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14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41%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1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작업 비용 및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1차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서울연구원 등에 따르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건수는 지난해 16건, 올해 현재까지 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태도 최근 불거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운행을 안전 등의 이유로 막은 것이다.

이에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입구에 차량을 댄 채로 긴 거리를 손수레를 끌고 왔다 갔다 하는 풍경이 빚어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현장에서는 한 입주민이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야! 택배!”라고 불렀고 택배노조 위원장이 “사람한테 ‘택배’가 뭡니까?”라고 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빠르게 앞당겨진 비대면 시대에 소비자는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택배기사의 처우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오히려 불편해지고 있다. 빠른 배송도 좋지만 이 모든 과정은 결국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존중, 그리고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이에 대한 타개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7월부터 택배기사의 산업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택배업계 내부에서도 택배기사 처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국에 있는 23개 근로자건강센터와 '택배기사 건강증진을 위한 MOU' 체결을 이달 완료했다.

이런 대책들이 단지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상적으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보다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을 이해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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