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시간 소요 등 불편 커져…소비자에 필요한 내용 위주로 설명 가능
금융사로 전가된 설명의무 위반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 날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설치된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 날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설치된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 직원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서를 일일이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지난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펀드상품 등 가입에만 1시간이 걸리는 등 일선 창구에서 혼란이 일자 당국이 개선책을 내놓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소법 시행에 따라 판매자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사항에 대한 참고자료를 내고 이러한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은행 창구에서 판매직원의 상세한 설명과 엄격해진 투자자 성향 평가 등으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는 금소법의 6대 핵심 의무 중 하나로 금융사는 소비자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서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와 관련해 설명의무는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신규 계약을 권유하거나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즉 기존 대출기한 연장이나 실손의료보험 갱신, 신용카드 기한연장 등은 신규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예금과 적금 등 예금성 상품의 경우 만 65세 미만 일반 성인에겐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설명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며 서면 설명서를 비롯해 동영상 등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특히 금융사 직원이 설명서 내용을 빠짐없이 구두로 전부 읽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강조했다.

또 직원이 주요 내용 요약자료를 먼저 설명한 후 소비자가 추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 부분만 설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상품가입 시간이 크게 늘어난 건 법 시행 후 창구 직원들이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이에 따른 고객의 답변 등을 모두 녹음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설명내용을 이해했다는 점에 대해 서명(전자서명 포함)이나 기명날인, 녹취 등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의 개선책은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이 금융사로 전환된 상황에서 개선책의 효과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사는 고의나 과실 등 귀책사유가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반면 소비자는 금융사 잘못을 입증하지 않아도 돼 손해배상 분쟁에서 유리하다.

이처럼 금융사 책임이 커진 만큼 시간이 걸리고 불편해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입장이다.

소비자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적합성 평가를 미리 비대면 방식으로 하고 그 결과를 영업점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업계와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거래를 계속해온 소비자에 대한 적합성 평가의 경우 기존 정보와 판단기준에 변경이 없다면 별도의 평가 과정을 생략하는 방안도 내놨다.

금융사가 계약서류를 반드시 종이로 출력해 제공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서면은 물론 우편(전자메일 포함), 문자메시지 등으로 제공할 수 있다.

비대면 거래의 경우 전자문서에 대해 다운로드 기능이나 상시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일선현장에서 혼선이 커지자 지난 26일 각 금융협회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안을 모색해 개선책을 내놓게 됐다.

은 위원장은 “안타깝지만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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