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통 최초, 유럽 시장 258조 바잉파워 장착…동 소싱 및 회원사간 단독상품 개발 협업

23일(현지시각) 스위스 파피콘(Pfäffikon) 파노라마호텔에서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과 필립 그루이터스(Philippe Gruyters)EMD 대표가 홈플러스의 EMD(European Marketing DistributionAG)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 모델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홈플러스가 새로운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홈플러스(사장 임일순)는 스위스 파피콘(Pfäffikon) 파노라마호텔에서 EMD(European Marketing Distribution AG, 대표 Philippe Gruyters)와 EMD 회원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현지 시각) 밝혔다.

홈플러스는 EMD와 손잡고 유럽의 매력적인 품질의 상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우리나라 우수 제조사들의 유럽 수출 발판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영국 테스코(Tesco)와 결별 후 주춤했던 글로벌소싱 경쟁력을 다시 국내 No.1으로 되돌린다는 포부다.

EMD는 1989년 설립된 유럽 최대 규모 유통연합이다. 스위스 파피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독일 마칸트(Markant), 노르웨이 노르게스그루펜(NorgesGruppen), 스페인 유로마디(Euromadi), 이탈리아 ESD, 네덜란드 수퍼유니(Superunie), 덴마크 다그로파(Dagrofa), 스웨덴 악스푸드(Axfood), 폴란드 카우플란트(Kaufland), 러시아 렌따(Lenta), 호주 울워스(Woolworths) 등 20개 국가 유통사가 회원으로 속해 있다. 아시아 국가의 유통사가 EMD에 가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MD 회원사들의 연간 매출 규모는 총 258조원(2010억 EUR, 23일 환율 기준), 월마트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유통그룹이다. EMD는 이러한 막강한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유럽의 품질 좋은 상품을 공동으로 대량 매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PB(Private Brand)다. 유럽 주요 국가 소비재 시장에서 PB 상품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EMD는 각 회원사의 연간 수요를 취합해 대규모 물량을 한 번에 발주함으로써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제조사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상품의 품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마케팅, 중간 유통 등의 비용도 빠져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담보된 PB 상품 수요는 지속 늘어나는 선순환 유통 구조가 구축된다. PB뿐만 아니라 코카콜라와 같은 메이저 브랜드 상품 역시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회원사간 1대 1 콜라보레이션도 EMD의 큰 강점이다. 예컨대 코스트코 ‘커클랜드’와 같은 해외 인기 PB 상품을 그대로 들여온다거나 각 회원사의 거래 제조사들과도 개별 상품 소싱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이를 통해 유럽의 인기 상품을 국내에 빠르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제조사들의 유럽 수출 길을 넓힌다는 의미도 크다. 홈플러스 거래 제조사들은 유럽과 오세아니아 전역에 뻗은 EMD 소속 13만여 개 매장 판매를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직접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중소기업들에게는 큰 성장 기회가 될 전망이다.

EMD를 통한 수입, 수출은 리스크 헷지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다. 단순히 1개 업체와의 제휴가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네트워크와 함께 거래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한편 1개 국가 내 1개 유통사만 가입할 수 있는 EMD 원칙에 따라 회원사들이 자국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독점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홈플러스는 EMD 가입 첫해인 올해는 일부 식료품 및 잡화를 중심으로 회원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장기적인 협업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선 연내 시리얼, 배터리, 맥주, 프렌치프라이, 치즈, 파스타, 시드오일, 스위트콘, 와이퍼 등의 상품 공동 소싱을 검토 중이다.

3월 론칭이 확정된 시리얼의 경우에는 시중 브랜드 대비 최대 40% 저렴한 수준에 다른 상품 대부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일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매년 EMD와의 거래 규모를 100% 이상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또한 EMD 회원사 자격으로 네덜란드 ‘국제 PL 박람회’, 독일 국제 식품전 ‘아누가’(ANUGA) 등에도 정식 참가하는 것은 물론 각 회원사들과의 개별 소싱 협의를 통해 국내 제조사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번 계약은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는 양측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와 협업할 당시 다양한 유럽 상품을 선보이며 적지 않은 국내 마니아층을 보유했지만 2015년 주주변경 이후 PB와 글로벌소싱 분야에서 새로운 전략 구축의 시간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연간 5000억 원이 넘던 글로벌소싱 규모는 지난 3년간 5분의 1 수준인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임사장을 비롯한 상품 담당자들이 세계 유수의 글로벌 네트워크들과 긴밀히 신뢰를 쌓기 시작했고 EMD와도 1년 이상 치열한 협상 작업을 거쳤다. 덕분에 이제는 오히려 독립적으로 더욱 다양한 유럽 국가들과의 폭넓은 제휴가 가능해졌다.

EMD 역시 홈플러스 752개 매장을 통한 아시아 소비자들과의 첫 만남을 고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0년간은 주로 유럽에만 집중해 왔지만 소싱처가 점차 글로벌화 되면서 다른 대륙의 강력한 유통사와의 제휴도 중요해졌고 홈플러스가 가진 아시아권 공급업체 네트워크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오랜 경험으로 유럽식 공동 소싱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최근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한 ‘스페셜’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을 증명한 것도 높게 평가했다. 이로써 2017년 호주 울워스와 손잡은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저변을 보다 넓힐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No.1 글로벌소싱 경쟁력 만들기에 나선다. 식품 분야는 EMD, 비식품 분야는 세계 최대 아웃소싱업체인 리앤펑(Li&Fung)을 중심으로 협업하고 아시아 유통업체들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어 2021년까지 전체 글로벌소싱 규모를 테스코 시절의 2배 수준인 1조원 대로 키워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필립 그루이터스 EMD 대표는 “처음으로 아시아 유통사와 손잡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까지 홈플러스가 보여 준 전방위적 혁신과 도전은 유럽 시장 소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상호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산업 파트너들의 높은 성장과 안정적인 사업을 돕고, 보다 나은 구색으로 소비자 이익을 만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고객의 소비 편익을 높이고 글로벌 소싱의 핵심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EMD 가입을 추진했다”며 “다양한 글로벌 구매 채널을 확대해 고객에게 즉각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협력회사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EMD와 긴밀하게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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