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오지호 (사진=연합뉴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제 옆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등을 때렸어요. 그때 '아, 우리 드라마가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했죠."

'드라마는 일단 즐거워야 한다'고 믿는, '재미'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탤런트 오지호(37)가 제대로 된 작품을 골랐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직장의 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우리 드라마는 왜 연장 안 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스태프들은 아무리 재미있고 시청률이 잘 나와도 몸이 힘들어서 연장이야기가 나오면 한숨을 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왜 연장 안 하느냐'고들 했어요. 다들 정말 재미있었나 봐요."

MBC TV '환상의 커플'(2006), '내조의 여왕'(2009) 등에서 코미디 연기를 펼칠 때와는 또 다른 각오였다. "대본을 보고 진짜 웃겨야겠구나 생각했다"는 그는 극중 캐릭터를 위해 파마를 거듭했다. 악성 곱슬머리 '장규직'은 그렇게 탄생했다.

"'장규직'은 직장 안에서 인생을 사는 사람이죠. 군대로 따지면 상병 같은 사람말이에요. 병장이 그런 일을 하겠어요?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본인이 악역을 맡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죠. 사실 역할이 부담스럽긴 했어요. 욕도 많이 먹었죠."

욕 많이 먹는 '장규직'의 탄생은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서 일가견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오지호'였기에 가능했다. "코미디 연기를 연습할 때는 각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을 2년 정도 빼먹지 않고 본 것 같아요. 개그는 웃긴 표정도 필요하긴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다양한 즉흥연기를 시도하게 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극의 양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만능 계약직 '미스 김'(김혜수)을 줄곧 '김씨'라고 불러대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배우들은 맞는 옷을 찾기 위해 10년을 버텨요. 그 옷을 찾으면 또 10년을 명작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는 데뷔한 지 15년이 됐어요. 적어도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거 같아요. 내 방식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시청률 14.2%로 막을 내렸다. 전작 '광고천재 이태백'이 기록한 5%대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승기(26) 수지(19)가 함께한 MBC TV '구가의 서'에 밀려 월화극 시청률 정상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시청률 15%까지 찍고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면서 '내가 이승기를 못 넘는구나.' '역시 월화는 시청률이 안 나오는구나.' '멜로가 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등의 생각을 던지지만 "그동안 했던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촬영했다"며 다시 웃는다.

시청률은 아쉽지만 반향은 1위 못지않았다. 출연자들의 연기가 호평받았고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속 메시지는 주목받았다. "재미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죠. 하지만 방송 과정에서 비정규직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노동부 장관님이 촬영장을 찾는다고 하셨을 때 '큰일을 하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 속이지만, 피 말리는 회사원 생활을 간접 체험한 오지호는 조언도 건넨다. "회사원이라는 직업이 '장규직'처럼 버틸 수 있다면 좋은 직업이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꿈과 야망이 있잖아요. 현실적인 문제로 어렵겠지만, 이 속에서 목숨 걸고 하지 않을 것 같으면 용기를 가지고 나오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물론 어렵겠죠. 그래서 많은 직장인이 계약직 신분으로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미스 김'의 모습에 통쾌함을 많이 느꼈을 거에요. '미스 김'은 영웅이었던 셈"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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