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지은 진술 의문점 많아…성적자유 침해됐다고 보기 어려워"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정희 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오전 10시30분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에 의문점이 많다"고 판시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는 피해자의 성적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29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극도의 비대칭적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굴복시켜 간음한 중대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신상정보 공개 고지와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이수 명령을 요청했다.

반면 안 전 지사의 변호인 측은 강제추행은 없었고, 성관계도 합의로 이뤄졌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당 혐의를 부인해 왔다.

특히 변호인단은 "피해자는 7개월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안 전 지사를 '하늘'이라고 부르는 등 '순수한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주장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다"면서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 뒷받침이 부족하다"면서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 처벌체계 하에서는 이런 것만으로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선 안 전 지사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고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선고기일에 참석한 김씨는 묵묵부답 침묵을 지킨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검찰은 "증거가 충분한데도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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