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2년차, 문화예술 단체 후원·협찬 금액 감소로 이어져

2008~2017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자료=한국메세나협회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김영호)가 조사한 ‘2017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16년 대비 4.1%(82억6900만원) 감소한 1943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감소한 건 6년만이다.

지원 규모 뿐 아니라 지원 건수도 2016년 대비 3.3% 감소한 1415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원 기업의 수가 533개사로 2016년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소액 지원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유형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문화예술단체의 공연, 전시를 지원하는 후원·협찬· 파트너십 등에 투입된 금액은 373억원으로 2016년 대비 86억원(▼18.8%)가량 감소했다.

이와 같은 감소세는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선물 상한액 5만원을 초과하는 공연초대, 티켓 구매를 조건으로 한 협찬 활동 등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

기업 출연 재단을 통한 지원금액의 감소 역시 전체 지원 규모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기업 출연 재단은 기업 예술지원의 주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을 통한 예술지원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왔었다.

2017년 조사 결과 2016년 대비 6%(54억7000만원)가 감소한 864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술관과 콘서트홀 등 기업 출연 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인프라 지원 금액 역시 2016년 대비 5.8%가 감소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2016년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기업들의 기부금 집행에 대한 내부 기준을 강화하고, 기부금을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조선업과 철강 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조선 및 중공업 산업군의 지원 규모가 46억9200만원 감소한 것도 2017년 예술지원 금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금액을 살펴보면 인프라 지원액이 1116억6300만 원(▼5.8%)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인프라 지원은 2016년과 비교하면 감소했으나 총 지원금액의 57.5%의 비중을 차지해 여전히 가장 기업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었다.

다음으로 미술전시(177억6700만원)는 소폭 증가(▲2.9%)했다. 미술상, 작가 후원 등의 지원과 함께 대형 백화점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진행된 대형 전시 후원, 아트 콜라보레이션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시 초청 등 사회공헌 사업에 미술을 활용해 지원한 사례가 두드러졌다.

클래식 분야는 177억5900만원이 지원되어 2016년 대비 7.2%가 증가했다. 이는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첫해 전통적으로 기업 후원이 많았던 클래식 분야 지원이 격감했으나 2017년 청탁금지법 적용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중단됐던 기업의 후원이 회복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전체적인 기업 예술지원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112억2600만원으로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등 교육 사업이 지속해서 이루어졌고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매개자 교육, 아카데미 사업 등 성인 대상 예술교육 지원이 확대됐다.

비주류·다원 예술(▲18.6%)과 문학(▲44.6%) 분야는 전년 대비 지원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비주류·다원예술 분야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융·복합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가 예술계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업의 지원이 취약한 분야인 국악·전통예술(▼8.7%), 연극(▼7.4%), 뮤지컬(▼21.2%), 영상·미디어(▼24.5%), 무용(▼34.2%)에 대한 지원은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감소했다.

문화예술지원 주체별 현황 기업부문에서 홍대, 춘천, 논산 등에서 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는 KT&G가 1위를 차지했다.(사진=한국메세나협회 제공)

한편 지원 주체별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부문에서는 홍대, 춘천, 논산 등에서 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는 KT&G가 1위를 차지했고 기업 출연 재단 부문은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출연한 재단의 지원 총액은 864억7600만원으로 전체 문화예술 지원금액의 4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개별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1078억3500만원(55.5%)이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감소세로 접어든 2017년 이후에도 저성장 및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정치적 악재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며 “기업과 문화예술계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타개하면서 기업과 문화예술이 상생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도 기업과 문화예술계와의 상생적인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독려하는 촉진 방안을 모색하고 장애요인은 제거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지닌 사회적 중요도를 고려해 융통성 있는 법 해석 및 적용을 통한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접대와 사회공헌의 비용 지출을 명백히 구분하고 농축산물의 경우처럼 예술소비 촉진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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