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2공장 추진…집행유예 후 첫 대규모 투자 결정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평택에 반도체 제2공장 추가 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4년 이후 이번엔 구속 수감으로 경영 위기를 겪었고 또다시 평택 반도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4년 전과 닮은 꼴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오전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를 열어 평택 반도체 2공장 건설안을 확정했다. 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 등 삼성전자 사내이사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최종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경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만간 2공장의 기본 골조 공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쯤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클린룸(청정실)' 공사와 장비 도입 등을 거쳐 이르면 2020년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평택 2공장이 지난 5일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이후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 2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과감한 선제 투자로 기술 주도권과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반도체 업계가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삼성전자는 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를 결정하고 착공하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반도체 종류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부터 짓기로 했다.

2공장이 현재 가동하고 있는 1공장과 같은 규모로 지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1공장과 비슷한 30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평택 2공장 건설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이재용 부회장과 인연이 깊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2014년 이건희 회장이 투병을 시작한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한 첫 대규모 투자였다. 당초 삼성전자는 평택 1공장 완공 및 가동 시점을 2018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이를 1년 이상 앞당겼다.

이 결정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발판이 됐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평택 단지를 처음부터 최대 4개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미 1공장을 지으면서 변전소와 폐수처리시설 등 부대시설은 4개 공장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구축해놓은 상태다.

이번에도 4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다. 1년 가까운 구속 수감 생활을 벗어난 첫 번째 대규모 투자 결정이 평택 반도체라는 점이 괘를 같이 한다. 다만 최근 대내외적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4년 전 투자가 성공을 이끌었던 만큼 이번 투자도 성공을 이끌지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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