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서 카메라로 촬영 및 아르바이트 고용해 암기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의 기출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학원 12곳의 원장 및 강사 14명과 브로커 8명이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문)는 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업무방해 등)로 학원 원장과 강사 등 2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현역 군인 1명은 군검찰로 이송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어학원 운영자와 강사 등 16명은 불법으로 구입·유출한 SAT 기출문제를 학원 강의·교재에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어학원 원장 김모(28)씨 등 4명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장에서 문제를 암기 또는 촬영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유출한 혐의도 있다.

조사결과 어학원 원장 김씨는 지난해 3월 미국 괌에서 치러진 SAT 시험장에 카메라를 소지해 문제를 촬영한데 이어 같은 해 5월 한국에서 실시된 SAT 시험에서 1인당 10만원씩 주고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시험 문제를 암기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어학원 원장 김모(28·여)씨도 전문 브로커를 통해 4700여만원 상당의 SAT 기출문제를 구입해 학원 강의·교재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학원가를 중심으로 SAT 기출문제를 돈을 받고 유통한 전문 브로커 8명을 적발했다.

시중에 공개된 기출문제는 2만원, 비공개 기출문제는 30만원대에 인터넷과 학원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브로커 김모(22)씨는 SAT 기출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이를 다시 학원 강사, 하위 브로커, 일반 수험생 등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모두 358차례에 걸쳐 2억2071만여원을 챙겼다.

검찰은 기출문제 유출 브로커에 대해서는 계좌 지급정지 요청 등 범죄수익 환수를 추진하는 한편, 일부 학원들의 수강료 과다 징수 및 세금 신고 누락을 적발해 교육당국과 국세청에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SAT 시험 횟수가 6회에서 4회로 줄어드는 등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한 점 등을 고려해 기출문제로 강의한 강사 전부를 불구속 기소”했다며 “앞으로도 SAT 시험 문제 유출 등 저작권 침해사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은 비영리단체 칼리지보드(College Board)가 실시하게 돼있으나, 시험문제 개발·관리 및 실제 시험 운영 등은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주관하고 있다.

시험이 문제 은행 방법으로 출제되지만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일부 문제는 ETS가 인정하는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복제배포나 학원에서 강의하는 것은 금지된다.

SAT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6회 실시되지만 한국은 지난 7월 시험 문제 유출 의혹으로 1년에 4회로 축소 변경됐다.

전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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