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지금 회사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반기문 외조카가 근무하고 있다는데 맞습니까? 공시를 봐도 나타나질 않아서요.", "그건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최근 기자와 코스닥 상장사 모 기업 IR담당자간 나눈 통화 내용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테마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 중 한 곳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 임원이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외조카가 근무중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급등했다. 사실 확인차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이다.

"왜 알려 줄 수 없습니까"라고 묻자 돌아 온 대답은 "왜 알려줘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싸늘한 말 한마디였다.

이 기업의 주가는 며칠 사이에 두배가 올랐다. 주가 급등 이유는 알수 없지만 시장에서는 계속 같은 소문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 나서는 곳이 또 있다. 바로 한국거래소다. 거래소는 기업의 전체 주식수와 최근 주가 등을 감안해 주가가 급변동하면 자동적으로 해당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시장에 알려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회공시에도 나오는 답변은 뻔하다. "주가 변동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 없다"는 식상한 답변이다.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으로 나온 것들은 천편일률적이다. "특이사항이 없다"는 내용이다. 주가가 급등하는데 특이사항이 없다니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은 어찌보면 이상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 답변을 받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똑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기업도 이에 호응하듯 앵무새 같이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답답한 것은 투자자다. 소문이 사실이면 대선 테마주가 주목받으니 매수할 텐데 확인할 길이 없어서다. 

한 개인 투자자는 "외조카가 있다면 이는 내부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오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위여부를 알수가 없으니 법을 위반했는지 기자로서나 투자자로선 가려낼 길이 없다.

방법은 없을까. 거래소가 시장의 소문을 그대로 조회공시에 적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시장에서 나오는 소문을 조회공시를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하여 가려내는 법이다. 

하지만 거래소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칫 시장의 잘못된 소문으로 인해 조회공시가 요청되면 기업의 주가가 더 크게 변동해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음으로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은 어찌하라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의 조회공시 제도는 변화가 필요하다.

대선이 아직도 1년이나 넘게 남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테마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손실을 떠안을지 걱정이다.

"그런 종목에 투자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당국의 말보다는 제도 변경으로 인해 투자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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