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택 신화 슈타인 대표이사.

(이민택 대표) 효율성은 사전적 의미로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이 높은 특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은 노력을 들여 큰 성과를 얻으면 효율성이 큰 것이다. 효율성은 자본주의 태동기부터 강조됐으며 가진 자, 즉 부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국정화 교과서가 논란이 됐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이 교육부에 내린 큰 지침은 '균형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 이라는 발언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언론에서는 진보와 보수, 이념과 실용의 틀로 몰아가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 이 문제를 자본주의, 즉 효율성 측면에서 따지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논쟁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인가 아닌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 추구는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런 측면에서 여타 가치나 사상의 개입을 불필요할 수밖에 없다. 돈벌이 밥벌이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생각들은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호재라고 생각된다. 이유는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자본 증대 중심의 역사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사실, 역사는 가치와 사상을 덜어낼수록 현실에 가까워진다. 밥벌이에 몰입하는 우리는 가치와 사상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어렵다. 독립운동사와 민주항쟁사가 중심이 돼 있는 역사교과서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가치와 사상은 어떤 사회에서든 엔트로피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자연히 기준과 농도가 하향평준화를 이루게 된다. 특히 입시제도에서 그 경향은 짙어지는 실정이다. 역사교과서에 가치와 사상을 투영할수록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데 그 접근이 입체적인 만큼 번잡스러워진다. 하향평준화라는 흐름에 맞춰가려면 밥벌이와 자본 증식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역사 서술이 필요하다.

가치와 사상이 역사에 개입되면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입장에선 '나'와 대한민국에 대한 자괴감에 오염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이미 역사교과서에서 가치와 사상을 발라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우리가 잘 한 자본 증식의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역사교과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한국사는 교과서가 너무 두꺼워 소화를 못 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진도를 인쇄물로 나갈 만큼 역사교과서는 사실상 학생들 사물함에 사장되어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꼭 알아야 할 역사지만 공부할 과목이 많은 학생들 입장에겐 가치와 사상이 먼저일 순 없다.

필요 이상의 역사 교육이 대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고등학생 때 계유정난의 사실적 경과를 알면 되지, 그 행위와 의도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것은 4.19혁명이든 3당 야합이든 마찬가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역사 과목을 필수로 정한 시점에 가치와 사상이 들어간 역사 교육이 일선 현장에서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이미 고등학교 입학에 서 하향평준화가 기조로 굳어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역사교과서는 여전히 어렵고 두껍다. 필수과목이라면 그래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사회적 가치나 윤리는 자본 앞에 점점 최소화되기를 강요받고 있다. 역사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치열한 성찰적 전통이 부재한 우리가 하향평준화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에게 역사교과서 안의 가치와 사상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요구되지 않는 가치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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