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뿐 아니라 스포츠, 아웃도어 업계 등 남성 소비 영역까지 넓혀

▲ ABC마트 누오보샵.

경기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패션업계에 ‘선택과 집중’ 바람이 불고 있다. 수익성이 부족한 브랜드를 철회하거나 사업성을 재검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성장시장에 대한 도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기업의 ‘집중’ 전략이 패션업계 전반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패션 관여도가 높은 남성이 늘었다고 해도 업계의 주 고객층은 여성이다. 또한 2012년 2분기 이후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남성을 추월할 정도로 증가했다. 패션업계의 주 고객층이면서 경제력까지 확보한 여성을 타깃으로 잡고 전략을 펼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여성보다 남성 쪽에 더 비중을 두거나 남녀노소 타깃의 성향이 짙었던 브랜드조차 여성 특화 라인 런칭 및 전용 매장을 오픈하는 등 여성 카테고리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목표 지향적 소비를 하는 남성보다 가치소비에 치중하는 여성들이 불황기 패션업계에 안정적 구매자로 인식되면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성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사로잡기 위한 기업 전략과 사례를 살펴봤다.

◆ABC마트, 여성만을 위한 셀렉샵 오픈

국내 대표 슈즈 멀티스토어 ABC마트는 지난 2월 프리미엄 브랜드 편집샵 ‘프리미어 스테이지(Premier Stage)’를 런칭한 이래 두 번째 편집샵 브랜드인 ‘누오보샵(NUOVO SHOP)’ 1호점을 지난 6월 7일 대학로에 오픈했다.

누오보샵은 여성화 전용 셀렉샵으로 ABC마트가 2007년 일본 태생 브랜드 ‘누오보’를 자사브랜드(PB)화 해 들여온 지 6년 만에 국내 최초로 내놓은 단독 매장이다.

누오보샵의 탄생 배경은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ABC마트는 무엇보다 누오보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매년 50~100%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누오보의 성장 추이를 살펴보며 여성화 카테고리의 사업 효율성을 높게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립스틱효과’가 불황기 소비 트렌드로 각광받으면서 4~5만원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이 강점인 누오보를 단독으로 내세워도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셀렉샵’ 열풍이 누오보샵 사업을 현실화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명품, 남성 패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셀렉샵 홍수 속에 합리적인 가격을 특징으로 한 눈에 띄는 여성화 셀렉샵을 찾아 볼 수 없어 이를 틈새시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누오보샵’을 찾는 여성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여러 나라의 감성이 담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플랫슈즈부터 운동화, 부츠, 힐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만나 볼 수 있는데다가 가격대도 부담이 덜하다는 평이다. 덕분에 ‘누오보샵’ 매출은 오픈 열흘 동안 매일 약 10%씩 매출이 증가하며 고무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패션 스타일부터 마켓 트렌드까지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트렌드 정보그룹 PFIN의 유수진 대표는 “과거에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되던 편집샵, 셀렉샵 등이 소비자 편의를 증대하고 특색 있는 유통망으로 각광 받으면서 최근에는 중저가 저렴한 가격대의 편집샵이 생기는 등 점차 대중화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세정 비비올리비아.

◆나이키 세계 1호 여성 특화 매장 ‘나이키 메가숍’ 등장

스포츠 업계에도 여성 특화 매장이 등장했다. 바로 글로벌 스포츠 기업 나이키가 지난 5월 2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선보인 ‘나이키 메가숍(Nike Mega shop)’. 운도녀(운동화 신는 도시 여자) 등의 열풍으로 국내 여성 소비자의 스포츠웨어 수요 증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특히 나이키 세계 1호 여성 특화 매장인만큼 미국 본사가 직접 여성 소비자에 맞는 인테리어를 분석, ‘마케팅존’과 ‘탈의실’ 등 위치를 정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나이키 메가숍은 일반 매장 2배 면적의 매장 규모로 구획됐으며 국내 나이키 매장 중 수적으로 가장 많은 230여종의 제품이 입고된다. 지난 24일에는 단 하루 동안 약 2600만원의 매출 성과를 올려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아웃도어 시장, 여성 아웃도어족 겨냥한 ‘여성 전용 라인’ 내놔

아웃도어 업계에서 특정 카테고리 강화 바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브랜드간 차별화가 어려워 카테고리 세분화 전략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수 요소로 거듭났다.

특히 ‘산도녀(산타는 도시 여자)’ 등 젊은 여성들의 아웃도어 활동이 근 2~3년 사이 눈에 띄게 활발해 지면서 여성의 몸매 라인을 살려주고 평소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한 제품이 인기를 얻었고, 이 여세를 몰아 여성 전용 아웃도어 라인 강화 바람이 불었다.

여성복 브랜드 세정은 지난 4월,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 여유를 즐기려는 여성을 겨냥해 여성 전용 고급 아웃도어 라인 ‘비비 올리비아(Vv Olivia)’를 런칭했다. 이번 사업은 올해 세정이 대대적인 숙녀복 브랜드 강화와 확장에 나선 것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현재 ‘올리비아 로렌’ 매장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60개 매장에 입점됐다. 올해 100개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으며 2013년 200억, 2017년 1000억원대 브랜드 성장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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