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택 (주)코아테크코리아 CFO 상무.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미래를 찾아 떠난다."

(이민택 코아테크코리아 CFO 상무) 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이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조기반이 중심인 조선·철강·해양플랜트(EPC) 등 노동집약적 산업군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입사 3~4년차 직장인들은 미래를 찾아 연구개발(R&D)센터나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을 만한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배터리 등의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래가 없다며 왜 이직을 선택하는 것일까.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해서다. 우선 조선업종은 이렇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한국 조선업종은 지난 2013년부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물론 상위에 랭크돼 있는 조선소는 대부분은 한국 기업이지만 향후 2~3년내에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다. 여기에 엔화약세(엔저)가 지속되면서 한국에 크게 뒤쳐져 있다는 일본이 무섭게 일감을 수주하면서 한국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수주가뭄이 지속되면 2018년에는 건조한 일감이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진다는 것은 고용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회의석상에서 “답이 없다”라고 푸념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차 낮은 직원들이 불안해 회사를 떠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조선업계 뿐 아니라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사실 노동집약형 제조회사라면 현재 지금과 같은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넛크래커와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그건 임금과 관련성이 깊다. 사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싼 노동력에 양질의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싸다 보니 가격경쟁력에서 그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계층간 불화감을 조장하기 위함이 아닌 만큼 차치해두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을 보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로 포장해 선진국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이로인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선진국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그나마 21세기 들어 ‘기술이 미래다’는 표어를 만드며 R&D 투자에 나섰다. 기술력 확보에 나선지 채 2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이는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다. 최근 만난 중소기업 CEO는 “아직까지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이제 기술력 부분에서도 따라 갈만 하니 엔저가 닥치면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선박건조 기술력이라는 것은 바로 용접이라며 중요한 설계능력은 아직도 유럽에서도 사다가 건조하는 수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즉, 한국은 선진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며 저렴한 인건비로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은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저렴했던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겪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같은 진통은 과거 독일이 그랬고 이웃국가 일본도 겪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21세기들어 맞닥뜨리고 있을 뿐이다.

올해도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이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금은 최소한 물가상승률 만큼의 인상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라는 의견이 아니다. 한국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해결안은 명확한 진단에서 나온다고 생각되며 적어도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절한 처방안이 나올 수 있어서다.

젊은 층이 미래가 없다며 회사를 이직할 순 있다. 그러나 미래가 없다고 후대 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을 버리고 이민을 가게 할 순 없지 않겠는가. 모두가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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