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사이버상에서 정치, 선거 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과는 달리 불법 선거개입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2시간 가까이 판결문을 읽으면서 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사실을 예로 들면서 원 전원장을 꾸짖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9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6월 등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통령 선거 개입 혐의를 사실로 인정했다. 또 이같은 대선 개입에 원 전원장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해 원 전원장 등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역시 원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불법 대선개입’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정황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됐을 당시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다수 리트윗 한 부분, 사형제 존폐가 선거 쟁점이 됐을 당시 민주당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그대로 확산한 부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제기 당시 지속적으로 NLL 관련 글을 작성해 리트윗한 부분 등이다.

또 재판부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시점부터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 사퇴 때까지 안 후보 반대 트위터 글은 현저히 줄어들다가 사퇴 이후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며 “주요한 선거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해 이뤄진 것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격한 지휘·명령에 따라 전해지면 심리전단에 의해 신속·정확하게 집행되고 사후보고가 이뤄져 평가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볼 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행위로서 선거운동의 특성인 ‘계획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인정됐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 이후 ‘논어’ 위정편에 나온 문구와 국정원이 과거 안기부, 중앙정보부 시절을 반성하면서 작성한 보고서 등을 인용해 “엄격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원 전원장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단체를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주요 정책과 관련한 여론전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 등을 다는 수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도 받았다.

당초 기소유예에 그쳤던 이 전차장과 민 전국장도 법원이 민주당 측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원 전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국정원법위반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원장에 대해 국정원법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미래경제 /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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