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최종찬 공동대표.

헌법재판소가 현재 국회의원 유권자 수가 지역에 따라 3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국민 의사를 지나치게 불평등하게 대표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국회의원 유권자 수의 지역별 차이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는 기회에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소선거구제는 선거구 관리가 용이하고 지역민의 의사를 잘 대변한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십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중·대선거구제 제도라고 생각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선거구가 장점이 있다. 현재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것이라고 생각해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호남 지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유권자보다는 정당 공천을 더 신경 쓰게 된다. 현재 소선거구 제도에서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결과 지역감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컨대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호남지역 의원은 올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뿐이다. 행정부가 여당인 새누리당과 예산 편성이나 지역사업을 논의할 때 호남지역을 대변하는 지역구 의원은 이정현 의원 한 명밖에 없다.

여당 내에 호남지역을 대변하는 지역구 의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균형 개발이나 균형 인사가 가능하겠는가? 이 같은 문제는 과거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일어났다. 당시에는 여당 의원이 대부분 호남지역 의원이어서 영남 지역을 대변하는 의원이 여당 내에 없었다. 소선거구 제도에서는 이와 같은 기형적인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만일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대구에서는 새정치연합 의원이 당선되고 광주에서는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난 국회의원 선거 시 대구에서 40%의 득표를 한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의원의 경우 중·대선거구라면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대선거구의 다른 장점은 유권자의 의사가 비교적 고루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선거구 제도에서는 4~5명의 후보가 난립돼 어떤 후보가 30% 수준의 득표로 당선된 경우 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70%의 유권자의 의사가 무시된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도가 도입되면 유권자의 다양한 의사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고 비교적 충실히 반영될 수 있다. 만일 중·대선거구제도였다면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급하게 합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싫어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졌다.

현행 소선거구제도에서는 다양한 야당 후보가 출마하면 여당 후보만 유리해진다고 해 무리하게 단일화가 추진돼 이념과 철학이 다른 정당이 연대하는 기현상이 수시로 일어나곤 했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무리하게 통합하거나 연대할 필요 없이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정책경쟁을 해 유권자의 신임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역구가 커질수록 정치적 관심사가 소지역주의를 벗어나 좀 더 국가적인 과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 선출 기준도 좀 더 폭넓은 국정과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돼 국회의원의 국정 심의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현재 기득권을 갖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반대가 많을 것이므로 국회에만 맡겨서는 이와 같은 개혁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범국민적 논의기구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토록 해야 할 것이다.

○ 최종찬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NSI 정책광장 대표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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