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이 재수감을 면하게 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요원들의 정치 관련 댓글 활동은 있었지만, 이것이 곧 '선거 개입'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행위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이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 전 원장은 댓글 활동 등에 대한 위법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부터 지속된 국정원 심리전단의 잘못된 업무수행 방식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답습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6월14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한 댓글 활동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등을 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약 한달 뒤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6275만원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1억84만원으로 감형돼 형량을 모두 채우고 지난 9일 만기 출소했다.

당초 이날 판결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면 원 전 원장은 출소 이틀만에 구치소에 수감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로 판단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해 재수감을 면하게 됐다.

원 전 원장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정치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남한에 대한 비난에 따라 대응한 것에 불과하다"며 "항소심 과정에서 하나하나 잘 해보겠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그대로 전달해 이 사건에 범행에 이르렀다"며 "상명하복이 중시되는 정보기관의 특성상 이같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혜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