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만종 기자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한다던 정부가 정반대되는 외부감사를 축소하는 것이 말이나 되나.” 중형 회계법인 상무를 맡고 있는 한 지인의 말이다. 평소 막역한 사이로 가까운 탓에 막말이 오가기도 했지만 유독 정부에 대책에 비난을 했다.

정부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외부감사 대상범위를 기존 자산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외감대상 범위가 조정되면 그 만큼 외감을 받는 기업도 줄어든다. 만약 정부 안이 통과되면 감사대상 기업이 1100~2000개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외감대상 축소 안은 나름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에 비용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여 준다면 나쁠 것이 없다.

실제 A중소기업 사장은 “자산 100억이나 120억 하는 회사가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가 무엇이 있나. 보고서가 자체가 필요 없고 최대주주와 대주주들이 친인척인 대부분인 기업인데...”라며 정부안에 환영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돈 한푼이 아쉬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외부감사를 받는 1년에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적지 않은 돈임은 분명한다.

외부감사 대상 축소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듯이 이면에는 회계투명성이 후퇴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간 저축은행 사태는 물론 분식회계 기업으로 한 순간이 사라지는 기업들을 많이 봐왔으며 그 때 마다 많은 서민들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분식회계가 사회 이슈화되면 정부는 그때서야 뒷북행정으로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며 부산을 떨어왔다.

이번 외부감사 대상범위 축소도 향후 분식회계 기업이 발생하면 문제시 될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회계감사 비용 요소를 규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회계감사 비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시켜주는 소중한 비용이라는 측면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다고 외부감사 대상 축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회계감사 비용을 규제로 완화고 외부감사 축소가 능사로 보고 있는 정부가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뿐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들의 외부감사를 면제해주는 ‘시혜’를 베푸는 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차라리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데도 감사를 받아 투명성을 높이려는 기업에 대출이자를 낮춰주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유인책도 함께 필요하다는 말이죠.”

외부감사 축소만을 볼 것이 아니라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길 고대해 본다.

김만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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