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김헌률 부장

월드컵 시즌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유례없는 비극으로 다소 위축된 상태로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지만 매 경기 이변이 속출하면서 지구촌은 그야말로 월드컵 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경 69cm 내외의 공 한 개를 놓고 차고 달리는 축구라는 스포츠는 간단하고 명료한 규칙 덕에 지구촌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스포츠로 꼽힌다. 또한 대단히 집중적이고 폭발력이 있는 종목 특성 상 스포츠의 범주를 벗어나 정치적인 소동에 휘말리기도 한다.

11명의 선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축구에서 양팀이 호각세를 보일 경우 가장 필요한 것은 이른바 키플레이어의 존재이다. 팽팽한 긴장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자신의 팀에 게임의 우위를 가져오는 키플레이어는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상대팀을 압도하고 자신의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금번 브라질 월드컵 C조 예선에서 일본과 코트디부아르가 맞붙었을 때 슈퍼스타 디디에 드로그바의 존재가 딱 그렇다. 드로그바의 등장으로 팽팽한 균형이 일시에 깨어지고 일본은 연속골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주식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른바 주도주라는 것이다. 주도주는 축구의 키플레이어처럼 모멘텀 국면에서 가장 앞서 나가며 전체 시장을 선도하는 종목을 일컫는다. 주도주란 개념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닌 시장편의적 개념으로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시장상황을 설명하고 요약할 때 편리하다는 이유로 흔히 사용된다. 실제 투자에 있어서도 주도주는 가장 먼저 큰 폭으로 상승하고 국면이 전환되더라도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1950~2050P의 좁은 밴드대에 갇힌 채 극히 미미한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 20일 연환산 변동성은 46거래일째 10%를 하회하며 사상 최저의 변동성을 최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지루한 장세는 우리 증시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장을 견인하고 방향성을 결정할 뚜렷한 악재도 없고 기대 역시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나 이라크 사태가 눈에 띄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결정적인 변수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더 주의를 기울이고 눈과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찰랑찰랑 임계점에 도달한 한 컵의 물이 마침내 한 방울 물로 인해 흘러넘치듯 지리한 긴장을 이어온 시장은 작은 변수로도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미국 FOMC의 기준금리 동결과 그에 대한 옐린 의장의 시장유화적인 발언, 유로존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의 증가 등은 점차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임계점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양호한 경제지표의 발표와 같은 작은 움직임이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월드컵 경기의 화끈한 플레이를 지켜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도 좋겠지만 틈틈이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역시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김헌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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