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라는 옛말이 있다. 흥정은 붙일수록 매수자는 조금이라도 더 싸게 매도자는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매매하려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가격을 결정지을 협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 아닌 흥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산업은행 때문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흥정에 나서는 것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다. 흥정의 묘미는 가격임에도 지나치게 매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구조조정을 통해 매각이 이뤄질 곳은 동부제철의 인천공장과 현대그룹의 현대증권이다. 이들 두 곳의 매각 주간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동시에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즉, 산업은행이 두 기업에 대한 매각을 성공하면 매각대금으로 빚을 상환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한 푼이라도 더 비싸게 팔아주는 것이 주간사로서 채권은행으로서 떳떳할 수 있다. 여기에 매각 수수료도 얹어 받을 수 있으니 비싸게 팔수록 산업은행에게는 이득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현대기아차그룹에 매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그것도 높은 가격을 제시할수록 입찰에 유리한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말이다. 수의계약식의 경우 경쟁입찰 보다 가격이 비탄력적이어서 싸게 팔리는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동부제철은 경쟁입찰로 팔아 줄 것으로 산업은행에 요청했지만 하루만에 산업은행은 단 칼에 거절했다. 경쟁입찰로 하면 매각이 늦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대증권도 작년 연말부터 매각에 돌입했지만 인수자가 없자 산업은행이 현대차그룹 카드를 꺼낸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의 무리한 매각이 자칫 매도 기업에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매수자 측에겐 등 떠밀기 식 매각이 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매각에서 흥정은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매수자에게는 싸게 샀다는, 매도자에게 비싸게 팔았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각을 서두르다 보면 흥정에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칠 수 있다. 만족감이 떨어지면 불신을 낳게 되고 그것은 바로 정부에게로 이어지게 된다. 산업은행이 하루 빨리 제대로 된 흥정에 나섰으면 한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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