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가 없어 비자금 마련 쉽고 재산 상속 및 책임 여부도 한몫
기업의 비자금이나 기타 좋지 않은 ‘검은돈’에 대한 의혹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미술품으로 현금과 달리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금 미술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서 검찰이 무려 20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에는 일단 박수근, 천경자, 이대원 화백 등 유명 작가들의 고가 그림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에는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 오리온그룹 수사 때에는 회장 자택에서 발견된 140억 원 상당의 그림 10점이 화제가 됐었다. 조사가 막 끝난 CJ그룹 비자금 수사에도 미술품과 갤러리의 이름까지도 등장했다.
미술품이 이처럼 음지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미술품엔 정가가 없어서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높은 가격에 미술품을 사들이는 식으로 비자금을 마련하기 쉽다.
또 미술품은 재산 상속 수단으로도 유용하고 대리인을 통해 단골화랑에서 미술품을 구입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는 부분도 매력으로 꼽힌다.
경기침체와 함께 미술계도 불황을 겪는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한 번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요즘 미술시장이 너무 죽어있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니 당분간 미술계도 살아나질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른 화랑 대표는 “모든 화랑이 기업의 비자금이나 돈세탁에 관여되지 않았지만 몇몇 화랑들로 인해 모든 미술계가 안 좋게 비춰지는게 너무 속상하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전두환 씨 수사의 핵심으로 미술품 구매에 비자금이 사용됐는지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