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압수 그림들, 한점에 수억원 호가…비자금 세탁수단 의심

연이은 악재에 미술계가 허탈감에 휩싸였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이 17일 압류한 물품 가운데 고가의 그림들이 포함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집행과 은닉 재산 수사를 위해 이틀째 전두환 일가의 집과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17일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시공사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검찰은 출판업체 시공사와 야생화단지 허브빌리지,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이창석(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손춘지(전경환씨의 부인)씨 자택 등지에서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압수했다. 도자기와 병풍, 불상 등도 포함됐다. 모두 200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박수근(1914~1965), 이대원(1921~2005), 천경자(89)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도 있다. 한 점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그림이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9월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2억4000여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국내 주요작가 100명 평균 호당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에 따르면 박수근의 호당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최고다. 박수근의 작품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30억원어치가 팔렸다.

위작 시비를 일으킨 1950년대 작품 ‘빨래터’(72×37㎝)는 2007년 5월 서울옥션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대원은 농원, 과수원, 산, 들, 연못 등 친숙한 자연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지낸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 터치가 특징이다. 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이대원은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작품당 평균가는 1억원 이상이다.

▲ 천경자의 ‘초원Ⅱ’(105.5×130㎝). (사진=뉴시스)
천경자도 마찬가지다.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초원Ⅱ’(105.5×130㎝)가 12억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상반기 경매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이다. 특히 ‘꽃과 나비’는 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예술적 가치가 최고인 미술작품 순위에서 이중섭의 ‘황소’,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김환기의 ‘달항아리’에 이어 96점으로 4위에 랭크됐다.

검찰을 통해 드러난 전 전 대통령 소유 미술품은 가치는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미술품 등의 매입자금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공매를 거쳐 국고로 추징한다는 계획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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