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시간은 내가 사용해야"

언제부턴가 트랙터하면 서른두 살의 청년 강기태 씨가 떠오른다. 경남 하동 남자인 강씨에게는 ‘우리나라 최초의 트랙터 여행가’라는 독특한 이력이 늘 따라다닌다. 젊은 농부였던 그는 지난 2008년 농기계인 트랙터를 타고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하동을 출발해 장장 6개월 동안 전국을 누볐다.

그는 때론 노숙을 하며 때론 농부들의 집에 유숙하며 우리나라 농촌 구석구석으로 들어갔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 여행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 세계 오지로 다닐 꿈을 또 다시 세운 강씨는 지난 2012년 터키와 중국을 트랙터로 횡단했다. 계획을 세운지 4년 만에 그 꿈을 이뤄낸 것이다.

안 되는 이유란 없다…바로 실천해라

▲ 강기태 트랙터 여행가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자신감에 가득찬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민경미 기자)

강씨는 계획을 세우면 곧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말해보라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배포가 두둑해 보이는 그도 꿈을 이루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맨 처음 트랙터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안전을 이유로 부모님이 반대했고, 이어 절친한 지인마저 무모한 도전이라며 반대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랙터 여행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한 트랙터 업체를 찾아가 협찬을 제안했지만 또 다시 반대에 직면했다. 웬만큼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쯤에서 포기했을 법하지만 강기태 씨는 경남 하동의 국회의원과 농기계 제작자 그리고 농업과 교수 등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 천신만고 끝에 강씨는 한 트랙터 업체의 협찬을 받아 최초의 트랙터 여행가라는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꿈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를 묻자 강씨는 “안 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트랙터가 고장 나면 고치면 되고 느리면 느린 대로 가면 되고 잠은 텐트를 치고 자고 먹는 건 해먹으면 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12명 멘토 모아 여행대학 세워 

자신만의 여행을 경험했던 강씨는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강의를 해주며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여행대학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그 생각을 올 1월에 포스트잇에 써 붙였던 그는 곧바로 실행에 들어가 놀랍게도 한달반 만에 그 꿈을 이뤄냈다.

지난 1월에 여행대학의 멘토가 될 12명의 여행가를 섭외한 강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수강생을 모집했다. 12명의 멘토는 세계 일주를 다녀온 사람들로 구성됐다. 김치버스의 류시형 대표와 김승민 씨, 동해에서 독도까지 수영해 유명해진 이동진 도전가, 아리랑 유랑단 문현우 단장,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일주한 강병무 여행가, 22개월 동안 여자 혼자의 몸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 여행을 한 김수로씨 등 강기태 여행가와 4, 5년 동안 친하게 지낸 지인들이 뭉친 것이다.

여행대학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올 1월에 보니 12명의 여행가들이 다 국내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행대학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지요.”라고 답했다. 12명의 멘토들은 여행과 관련해 후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수강생들에게 정보와 노하우를 주는 재능기부에 찬성했다고 한다.

철저한 면접 끝에 선발된 여행대학 수강생 1기는 총 50명이다. 강씨는 “면접은 멘토들과 함께 봤습니다. 강의 참석여부와 여행을 언제 떠날 건지,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지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50명으로 한정된 수강생 인원에 대해 “여행에 대한 갈망을 지닌 분들이 많았는데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해 정말 안타깝습니다. 2기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여행대학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멀리 광주, 예산, 강릉, 원주 등 지역도 다양하고 2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 44살 공무원까지 나이와 직업도 다양하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1박2일 동안 경기도 용인시 인재 계발원으로 입학여행을 떠난 수강생과 멘토들은 각자 가고 싶은 여행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밤새 꽃을 피웠다.

여행대학은 일반 대학처럼 과도 다양하다. 먹을거리와 여행을 소중히 하는 '식도락과'와 서울의 밤을 느끼고 싶어 하는 '서울야반도주학과' 등이 있다. 과 이름만 보아도 수강생 각자의 개성과 꿈을 느낄 수 있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11시까지 진행되며 입학여행과 종강여행을 포함해서 총 8번으로 짜여있다. 강씨는 “수강생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옆에서 조언과 질책을 하며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올 여름에 세계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강씨는 협찬을 받고 싶은 수강생들은 협찬을 받게 해줄 생각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세계여행을 가려는 친구들에게는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어떻게 경제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여행을 가서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몸이 아플 수도 있다는 단점 또한 알려준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소매치기를 당했던 강씨는 여행에서는 안전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방송 진행자로 변신한 여행가

강기태씨는 자신만의 여행 경험을 강의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1년에 70번 정도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초중고생에게는 모든 여행을 다 소개시켜 주면서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고 한다. 2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겐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가 죽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일을 무조건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있는데 부모님의 기대와 주위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인생의 시간을 자기가 사용할 수 있어야지요”라고 밝혔다.

이처럼 강연과 블로그, 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강씨는 이번에는 방송 진행자로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이달 7일부터 CTS 기독교방송 월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동안 ‘김은지 강기태의 시크릿가든’의 진행을 맡게 됐다.

사회저명인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 진행을 맡게 된 그는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 게스트로 초청받았을 때는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됐는데 사회를 맡게 되니 생각할 것도 많고 노련미도 있어야 해서 힘들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트랙터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트랙터 여행을 통해 수많은 지인이 생겼다는 강씨. 그는 전 세계 농부들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태극무양의 책갈피랑 부채를 그들에게 선물하며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알리며 그들과 가족이 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골짜기 정도인 오지로 여행을 다닌 강씨를 보면 외국인들은 정말 신기해했다. 그는 여행 당시의 일들을 회상하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도 꼬마들은 빵 굽는 화덕에 같이 가자고 손을 잡아끌었고, 어른들은 먹을 것을 갖다 주고 떠날 때 음식까지 싸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을 하게 되면 24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입니다. 내 시간을 내가 기획해서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자신만의 여행철학을 당당히 밝히는 강씨는 브라질 트랙터 여행을 세웠다. 올해 6월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는 트랙터를 타고 가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2005년부터 트랙터 협찬을 받을 때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지금까지 걸어 나온 강기태 여행가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다. 늘 새롭고 거친 도전을 기획하고 이뤄나가는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그의 꿈이 과연 어디까지 커 나갈지 기대된다.

민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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