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차별 베끼기, 제재 필요하지만 방법 어려워…속수무책

 # 중국으로 여행간 A(34‧여)씨는 큰 쇼핑타운에서 옷 구경을 하던 중 얼마 전 동대문 브랜드 샵에서 구입한 블라우스와 동일한 제품을 발견했다. 소재는 차이가 났지만 브랜드의 개성있는 디자인만은 그대로였다.

동대문 상인들이 중국의 ‘디자인 카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패션업계의 오래된 숙제로 비단 중국 등에 한정된 국가의 얘기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 의한 동대문 디자인 베끼기는 10여년 전부터 있던 문제였지만 최근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그들에 의한 움직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동대문 쇼핑센터의 한 매장에서 관광객들이 옷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김미정 기자)

□ 몰래 찍은 사진, 심지어 책자까지 만들어 판매

동대문 상인들에 의하면 중국인 관광객 혹은 관광객을 빙자한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동대문 브랜드샵을 돌며 옷의 형태를 사진으로 찍어간다. 이후 공장으로 가져가 “이 사진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디자인‧색이 동일한 옷이 제작된다. 몰래 찍은 사진, 심지어 책자까지 만들어 판매한다.

한 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유출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카피 제품들이 주로 광저우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옷이 찍혀있는 사진 한 장당 얼마 이런식으로 거래되고 심지어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도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의 소재 등은 진품과 확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디자인 자체는 똑같아 속이 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장들은 되도록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옷 사진을 찍어가는 중국 관광객과 실랑이가 생겨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피팅룸에서 옷을 입어보면서 사진을 몰래 찍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중국 베끼기, 디자인도 모잘라 원단 패턴까지

디자인 카피는 옷 뿐만 아니라 원단 패턴에서도 이뤄졌다. 중국 관광객들은 패턴 원단 샘플을 1~2야드씩 구입해간 후 자국에서 훨씬 저렴하게 제작‧판매‧수출해 동대문 상인들의 속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 대해 동대문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좀 더 선진화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나라에서 ‘상품개발비’ 명목으로 샘플을 구매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암암리에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트렌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매장 관계자는 “트렌드를 맞춰야하기 때문에 디자인 유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신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켰으면 좋겠다.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 매장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지만 이곳은 동대문이다 보니 말도 없이 사진을 찍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매출 등을 생각했을 때 차라리 사진을 찍기보다는 샘플을 구입해갔으면 좋겠다”며 “디자인 카피 하는 분들은 백화점도 방문한다. 한 매장에서 샘플을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이 때문에 백화점의 경우 그들을 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 카피에 대한 제재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만큼 현재로선 제재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똑같은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받아 재창작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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