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사람에게 혈관이 중요하듯 기업에게는 자금줄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자금줄은 기업에겐 생명줄이다. 이 생명줄을 쥐고 있는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기업과 연관된 대표 금융권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으니 ‘갑’이라 불리만 하다.

한 기업이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때는 사실 문제가 없다. 이자를 맞춰 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달라진다. 이 때는 ‘갑’이 아닌 ‘초 울트라 갑’으로 변한다.

비근한 예로는 STX그룹이 바로 그렇다. STX그룹 재계 10위권으로 승승장구 할 때까지도 산업은행은 빌려준 자금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과 해운업이 불황이 닥치자 STX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STX는 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동안 호의적이던 산업은행은 지원을 묵살했다. 지원은커녕 차입금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우산이 돼 줄줄 알았던 산업은행이 비가 오자 우산을 뺏는 격이 된 것이다. 

이후 STX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비단 STX뿐만이 아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금융권에 부당한 대접을 받아 왔다.

최근 산업은행이 또다시 자금지원이라는 당직으로 포스코를 꼬드기고 있다. 바로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과 관련 산업은행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동부제철 인천공장 지분 70∼80%하고 나머지는 포스코가 인수하는 안이다.

이런 경우 포스코는 1조4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물건을 1500억∼2000억원 투자로 사들일 수 있다. 분명 매력적이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허점이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빨리 매각해 대금 회수를 하고 싶어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포스코 역시 산업은행을 믿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언제 또다시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경우 자금 회수를 독촉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산업은행이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등 진실성을 파악하느라 장고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얼굴을 가진 산업은행. 기업의 목을 옥죄는 곳이 아닌 기업의 생명을 불어 넣는 금융권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그 길이 기업이 살고 나라가 사는 첩경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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