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으로 데이터 수요 늘어…디벨로퍼로 개발부터 운영까지 적극 참여

대림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림] ⓜ
대림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림]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국내 주택 경기 침체로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

데이터센터는 다수 정보·통신 기반을 한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시설이다.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두고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다.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먹는 시설인 만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물산과 데이터빈이 국산화에 성공한 냉각시스템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방식으로 작동한다. 공기나 물을 사용하는 기존 냉각 방식보다 효율이 높고 전력 소비는 낮은 기술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술 확보로 설계부터 시공, 장비 공급, 핵심 인프라 설치까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이 가능해졌다. 

삼성물산과 데이터빈은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외에서 액침 냉각 기술 관련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향후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 등 밸류체인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를 핵심 계열사로 둔 DL그룹 지주사 대림도 지난달 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첫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시작하며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대림은 2021년 호주 ‘DCI 데이터센터’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대림은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2025년 준공 및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이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구현에 적합한 설계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표준에 맞춰 구축된다고 대림은 설명했다. 대림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지난달 24일 경기 안양 동안구 호계동에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10번째 데이터센터 실적을 확보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GS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디벨로퍼로서 데이터센터 투자부터 개발·운영까지 모두 참여한 사업이다.

GS건설은 디벨로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21년 5월 데이터센터 영업과 운영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1차 사업 착공에 이어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사업은 SK에코플랜트와 싱가포르 '디지털엣지(Digital Edge)'가 손을 잡고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0MW 하이퍼스케일급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와 디지털엣지의 지분율은 49대 51이며, 1·2차 사업으로 나눠서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는 약 1조원 규모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보유한 데이터센터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에 사업개발 수행 역량까지 더하며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성공적인 변신을 완료했다.

지난 2020년 전담 조직을 신설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업 외에도 캠퍼스·모듈러 타입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 상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넷제로(Net Zero)·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환경 변화에 맞춘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과 연료전지 등을 적극 활용해 탄소배출은 줄이고 전력효율은 높인 ‘그린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내외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는 물론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의 한국 진출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AI시장 확대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늘어난 만큼 시장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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