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신규 차주 수 2배 증가…주담대 고소득 차주 비중 4%p 넘게 올라
‘소득 기준’ 차주별 DSR 규제 유지에…고소득자만 규제 완화 효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사진=연합뉴스] Ⓜ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고금리가 지속되고 차주별 DSR 규제가 유지된 가운데 올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새로 받은 고소득자 수가 1년 만에 2.6배로 증가했다.

전체 신규 차주가 2배로 늘어나는 동안 고소득 차주는 더 크게 증가해 주요 은행 신규 주담대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도 1년 새 4%포인트(p) 넘게 불어났다.

정부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을 풀면서 주택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정작 소득 기준 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하면서 결국 고소득자만 부동산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고소득(소득 8000만원 이상 기준) 주담대(이주비·중도금·전세대출 등 제외) 신규 차주 수는 5만632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1721명)의 2.6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신규 차주 수는 17만4451명에서 33만7397명으로 늘었는데 약 2배로 불어났다.

전체 신규 차주 수보다 고소득 신규 차주 수가 더 빠르게 늘면서 3분기 누적 기준 고소득 차주 비중은 16.7%로 1년 전(누적 기준, 12.5%)보다 4.2%p 높아졌다.

분기별로 나눠서 보면 올해 3분기(7∼9월) 기준 주담대 신규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은 16.8%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신규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은 지난 2020∼2022년 10%∼13%대를 등락하다가 올해 1분기 16.5%로 급등한 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주담대 신규 차주가 늘어난 것은 올해 초 주택 경기 회복으로 매매 거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일어나면서 매매자금을 조달할 때 주담대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더욱 많아졌다.

실제로 주담대 신규 차주의 평균 대출금액은 지난해 말 약 1억51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약 1억9500만원으로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고, 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로 설정돼있었던 LTV 차등 적용 규제도 폐지했다.

올해 초에는 서울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를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 회복 속에서도 올해 유난히 고소득 차주 비중이 높아진 배경에는 차주별 DSR 규제 유지가 있다.

차주별 DSR 규제는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LTV 등 규제를 완화할 때부터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경우는 연봉이 높은 고소득자뿐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현실화 된 셈이다.

은행권 분석에 따르면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자가 14억원 아파트 구입 시 LTV가 50% 등으로 완화되더라도 주담대 최대한도는(금리 4.8%·4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가정 시 3억5500만원) 차주별 DSR 규제에 막혀 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소득 규제는 남겨뒀기 때문에 고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소득 차주 위주의 대출 증가세가 한국 사회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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