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모리 업황 악화로 적자 커져…성과급 대폭 삭감 불가피

지난해 실적 하락을 겪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직원 성과급을 대폭 삭감할 전망이다. [CG=연합뉴스] ⓜ
지난해 실적 하락을 겪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직원 성과급을 대폭 삭감할 전망이다.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산업 전방을 이끌며 연초 성과급을 두둑히 받던 반도체 업계 직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반도체 업황 악화가 올해까지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인 삼성전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왔던 반도체 사업부가 수요 둔화와 가격 급락으로 창립 이래 최악의 적자 실적을 거두며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 축소가 예상돼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1년에 총 세 번 성과급을 받는다. 초과이익성과급(OPI)과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이다. TAI는 7월과 12월, OPI는 1월에 지급되다보니 연말과 연초에 성과급이 몰리는 구조다.

지난 22일 지급된 하반기 TAI는 '성과급 쇼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TAI는 사업부 실적을 토대로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한다. 매년 100%를 지켜오던 메모리 사업부 지급률은 12.5%까지 하락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와 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맡는 파운드리는 0%로 아예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급률 0%'는 2015년 TAI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다음 주 지급률이 공지되는 OPI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연간 경영실적에 따라 최대 연봉의 50%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대졸 신입사원 초봉인 53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중 절반인 265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거의 매년 최대 수준인 연봉 50%를 성과급으로 챙기며 타 사업부는 물론 다른 회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선 OPI를 연봉의 일부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올해는 이마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1분기 4조5800억 원, 2분기 4조 3600억 원, 3분기 3조 7500억 원 적자를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2조 6900억 원에 달한다. 창립 이래 연간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연말만 되면 기대감에 부푼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목돈이 한 번에 통장에 꽂히는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만 되면 수입차 딜러들이 삼성맨들의 두꺼워진 지갑을 좇아 회사 근처를 맴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유사하게 매년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올해 적자만 9조원이 예상되는 만큼 PS 지급이 어려워보인다.

정식 성과급을 대신해 사기 진작을 위한 특별격려금 형식의 보너스를 내심 기대하는 여론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 하락하며 PS는 지급하지 않았지만 기본급 400%에 해당하는 '미래성장 특별 기여금' 명목으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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