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집계 이후 첫 역전 현상 나타나…옷·신발 가격도 올라 소비 줄여

가계대출. [자료사진=연합뉴스] ⓜ
가계대출.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석 기자] 지속되는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커지면서 일상적인 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처음으로 옷·신발 구입지출을 넘어섰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전국·1인 이상·실질) 월평균 이자 비용은 11만4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9만5500원)보다 1만9400원(20.4%) 증가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11만7700원)보다 1만3700원 줄어든 10만4000원을 기록해 이자 비용보다 낮았다. 이자 비용이 의류·신발 지출보다 커진 것은 2006년 1인 가구가 포함된 가계동향이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역전 이유로 고금리·고물가 여파라는 것이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 이자 비용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한 이자 비용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를 넘어선 뒤 계속 증가해 올해 2분기 37.9%로 치솟았다.

지난해 1분기 8만2000원 수준이었던 가구당 이자 비용은 지난해 4분기 1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3분기째 11만원을 웃돌고 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1년 전보다 8.5%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고물가와 높은 이자비용 탓에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옷·신발 소비부터 줄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2·3분기 의류·소비 지출은 가계 소비지출 12개 항목 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올해 가파른 옷·신발 물가 상승률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11월 의류·신발 누적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12개 항목 중 상승률이 가장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지속하겠다며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민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은 내년에 소비지출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내년에도 가계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30일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에 비해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 소비가 올해 큰 폭으로 둔화하고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주된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3.5%)이 꼽혔다. 실직 우려 증가 또는 소득 감소 예상(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 소득 및 기타소득 감소(9%)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를 감소할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20.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여가·문화생활(14.9%), 의류·신발(13.7%) 등 순이었다.

소비를 늘릴 계획이라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생활환경 및 가치관·의식 등 변화로 특정 품목 수요 증가(2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결혼으로 인한 가전제품 등 혼수 구매, 자녀 교육비 증가, 자기 과시 욕구로 명품 소비 증가 등을 의미하는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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