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산정 만기 40년 제한
지난달 4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614조원

기업대출. [CG=연합뉴스] ⓜ
기업대출.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 우려도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이에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기업대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14조574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1월 말보다 34조8569억원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 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가장 앞섰지만 증가세는 하나은행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 이상 늘어난 반면 국민·신한은행은 4%대, 우리은행은 3%대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최근 기업 대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금융 등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올해 초 취임사에서 집중할 분야 중 하나로 기업금융을 언급하면서 경쟁자들과 확고한 격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영업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중앙, 영남, 호남, 충청 등 4개 지역 영업조직 체계를 구축했다.

우리은행도 뒤늦게 기업대출 경쟁에 뛰어들면서 2027년까지 기업금융 1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갖춰지지 않은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기업신용평가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NH농협은행은 그간 연 1회 해당 기업 여신 담당자가 직접 기업 결산 재무제표, 금융거래정보 등을 참고해 신용 평가를 했다.

기업신용평가모형이 고도화되면 시스템에 의한 자동 신용 평가가 가능해진다. 신용 변화를 즉각 반영할 수 있게 돼 기업 대출 관리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또 농·식품업에 특화된 NH농협은행 고객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모형 개발이 가능해져 기업 대출 심사 경쟁력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비대면 기업 대출 프로세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IBK기업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의 비대면 기업금융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어떤 기업금융 상품을 취급하는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대출을 내주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최근 영업점 방문 없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업이 신규 대출을 받고 대출을 연장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며 편리성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은행이 기업 대출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는 가계대출 확대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부를 공급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개선 압박에 들어갔다.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기업대출 늘리기가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부진 여파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거나 비슷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51.7%로 절반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은 724건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60.2% 늘어 역대 최대치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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