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문화, 아직은 걸음마…대중적으로 자리잡았으면”
14년간 몸담았던 식약처 떠나 비건 인증·교육기관 설립

권유진 한국비건진흥원 대표. ⓒ 미래경제
권유진 한국비건진흥원 대표. ⓒ 미래경제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진 비건의 개념은 비거니즘의 발생지인 영국에서 동물윤리를 보호하는 윤리적 비건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건강증진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비건으로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7월 식품-화장품 전문가로 구성된 비건 인증·교육기관인 한국비건진흥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유진 대표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 서초동 한국비건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난 권 대표는 “채식문화가 대중적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이와 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열정이 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4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식품분야 연구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권 대표는 현업에서의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증시스템과 이에 적합한 인증기준서, 절차 등을 마련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스마트한 채식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단순 비건인증에서 더 나아가 업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건인증 및 채식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체 실험실을 마련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중에 있다.

권 대표는 “식약처에서 14년간 보건연구사로 근무하면서 식품과 관련한 연구개발 업무, 정책 업무, 검사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며 “2년전 식약처를 퇴사한 후 현재는 해커스에서 식품기사 자격증반 강의를 담당하고 있고 여러 대학에서 식품과 관련한 다양한 강의(식품영양학, 식품가공학, 식품위생학 등)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기존에도 식품에 관심이 많았고 생활 속 실천을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국비건진흥원의 교육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업체 교육’으로 비건(채식)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전달이 목적인 ‘비건 기본 교육’과 비건 인증심사 전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비건 인증 교육’이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 교육’으로 쉽고 스마트하게 비건(채식주의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맞춤형 교육’과 채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원데이 클래스’ 과정이 있다.

권유진 대표가 소비자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비건진흥원 제공] ⓜ
권유진 대표가 소비자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비건진흥원 제공] ⓜ

위의 업체 및 소비자 교육은 모두 교육을 완료면 교육 이수증이 발급된다.

마지막으로 비건 심사원·채식 영양 코디네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가 과정인 ‘비건 마이스터 교육’이 있다. 교육 완료 후 자체 시험을 통과한 합격자에게 비건 마이스터 자격증을 발급하는 과정이다.

권 대표는 “한국비건진흥원의 비건-베지테리언 인증은 완벽한 채식을 의미하는 ‘비건’과 유제품, 달걀, 가금류, 어패류 등의 포함 여부에 따른 ‘락토, 오보, 락토-오보, 페스코 폴로 베지테리언’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각 채식의 단계별로 포함 가능한 동물성 원료가 달라지는데 한국비건진흥원의 인증은 이를 고려해 세분화된 인증이 가능하다. 이에 한국비건진흥원의 비건·베지테리언 인증은 식품·화장품, 원료, 식당, 생산 공정 등에 적용 가능하다.

식약처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던 그녀가 주변의 만류에도 뛰쳐나와 ‘비건의 대중화’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 대표는 “시중에는 비건인증제품이 아닌데도 마치 비건제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판매되는 제품들도 많은데 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비건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낮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건강증진 등 다양한 목적으로 비건, 채식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채식을 하면 영양결핍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비건 식품은 맛이 없고 가격이 비싸고 구입이 힘들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채식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에 권 대표는 식약처 실무경험과 영양학적 지식을 토대로 좀더 표준화된 비건인증 시스템을 만들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채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자 한국비건진흥원을 설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비건 식품, 비건 화장품 구매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기업의 ESG 경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특히 식음료, 화장품 업계에서 다양한 비건 제품을 생산해 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비건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비건 제품 생산라인만 만들어두고 실제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21년 이후 앞다퉈 비건 제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비건진흥원장 권유진. [자료=한국비건진흥원 제공] ⓜ
한국비건진흥원장 권유진. [자료=한국비건진흥원 제공] ⓜ

다만 비건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건(채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건(채식) 식품 시장이 한참 앞서 성장 궤도에 오른 유럽 국가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채식의 필요성과 장점을 긍정적인 메시지들로 교육하고 있다.

식습관은 어릴 때 형성되기에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학교교과과정에 채식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권 대표는 한국비건진흥원에서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비건(채식)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교육을 통해 올바른 비거니즘·채식주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통합 정보 제공으로 비거니즘·채식주의 트렌드를 활성화에 나서고자 한다.

권 대표는 “최근에 ‘개인 맞춤형 채식 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며 “이는 채식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채식에 접근하고 영양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면서 채식 관련 식음료 업체와 채식 소비자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서와 환경에 맞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K비건 문화’를 선도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권 대표의 밝은 표정 속 진지함이 묻어나는 모습에 앞으로 성장해 나갈 한국비건진흥원의 미래가 더욱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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