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녹취록 신빙성 낮아 ‘독’ 될수도”…항소심 변수 될까

▲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이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통화내용 녹음파일이 일부 공개됐다.

해당 파일은 지난해 7월2일 김 전 고문이 1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대표와 나눈 전화통화 내용으로 김 전 고문이 직접 녹음한 것을 최 회장 측에 전달한 것이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건 너와 내가 한 것이고 그 두 사람(최태원·재원 형제)은 모르는 것이다. 나를 믿고 나에게 돈을 빌려주는 데에 너가 사인을 했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원이는 빼라”면서 “T(최태원 회장)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또 “내가 시키는대로 하면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놨다”고 말하는 등 대부분 김 전 대표가 지난달 21일 열린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들이었다.

항소심의 최대 변수가 될 녹음파일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대화내용을 직접 녹음한 점 등에 비춰 신빙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김원홍씨가 사건을 기획·연출해놓은 것 아닌가 한다”며 “녹음파일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의 변호인에게 이날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은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전 고문은 2005년부터 최 회장 등으로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수천억원을 송금받은 인물로 최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기존 진술과는 달리 최 회장이 펀드 선지급 과정에 단순히 관여한 것이 아니라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 했다.

앞서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김 전 대표 등과 함께 2008년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선지급금 명목으로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무죄를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반면 펀드 조성과 송금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최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음 공판은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결심 공판은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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