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대기업 20% 공제서 크게 줄어…국내 투자 축소 우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높이는 일명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초안 대비 세액공제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G=연합뉴스] ⓜ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높이는 일명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초안 대비 세액공제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높이는 일명 '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애초 처음 발의했던 20~30%의 세액공제율에서 크게 후퇴하면서 사실상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지난 23일 밤 본회의를 열고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의결했다.

여야는 세액공제비율을 두고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반도체 특별법 개정을 주도해온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여당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각각 10%, 15%, 30%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야당안 대기업 10%보다 낮은 8%로 합의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현행 그대로 각각 8%, 16%로 유지된다. 

반도체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 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기업이 국내서 공장을 지으려 하겠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들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파격적인 세액공제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반도체기업에 지급하고 반도체기업의 자국 내 시설투자액에 대해 25%의 세금공제율을 적용한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430억유로(약 58조7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데 합의했고, 일본은 구마모토에 TSMC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건립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SK하이닉스 등 시설 투자를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에 더욱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세 부담도 국내 반도체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반도체 주요 기업 중 가장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였다. 반면 TSMC, 인텔 등 다른 주요 글로벌 업체들은 10% 이하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비율의 상향은 한국이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및 기업 성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인 세수 감소효과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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