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진정한 힐링 필요해"…"나를 비우면 내가 떠올라"

▲ 자신의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정수지 작가. (사진=민경미 기자)

자신의 질병을 의학의 도움 없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까? 신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스스로를 치유한 사람이 있다.

'내가 나를 낫게 한다'의 저자 정수지(38세) 작가는 요가와 명상만으로 자신의 질병을 고쳤고 그것을 계기로 힐링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 정 작가는 명상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결과 폐질환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떠한 힘이 있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자신의 직관을 믿고 그 길을 가서 원하는 바를 이뤘던 그는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내가 나를 낫게 한다'는 책을 집필했다. 또한 명상센터를 운영해 치열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힐링의 장을 마련코자 실천하고 있다. 그가 이런 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들여다봤다.

약속 시간에 맞춰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가자 멀리서도 한 눈에 띄는 밝은 미소가 긍정의 힘으로 내면이 꽉 차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예상대로 그는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검색'은 있어도 '사색'이 실종됐다는 대한민국에서 왜 명상이 필요한지 술술 풀어내는 정수지 작가. 그가 느꼈던 경험들이 대한민국의 지친 이들에게 진정한 힐링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다음은 정수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일기 쓰기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강요에 의해서 시작했던 일기 쓰기가 어느새 버릇이 됐다. 일기를 매일 쓰다 보니 글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글을 쓰다 보니 감정 해소가 되고 생각도 정리됐다. 더불어 통찰력과 직관력도 생기고 단어구사력이 생겼다. 내 나름의 힐링의 수단이었다.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났을 때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상대방에게 화가 났던 점에 관해 장문의 편지를 쓰다보면 내 나름의 해소가 됐다. 결국 그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화도 누그러지고 생각의 정리가 됐기 때문에 결국 그 편지들은 부치지 않았다.

요가와 명상 이외의 힐링 방법은?

글쓰기가 힐링의 수단이 됐다. 피아노를 치는 것도 좋아해서 힐링의 도구가 됐고 라디오 듣는 것도 취미였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속은 우울하고 힘든 것이 많은데 겉으로 표출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마음앓이는 병으로 나타났다. 고3 시절 덜컥 찾아온 질환은 폐질환이었다.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약을 쓰다가 폐질환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병세가 차츰 완화됐다. 6개월간 꾸준하게 약을 먹고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끝냈다.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연세대 재학시절 연세국제학생회를 만들어서 초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 단체를 통해 외국학생들과 언어 교환도 자주 했으며 야유회와 엠티를 가면서 친목도모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대학교 3학년 때는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는데 교환학생으로 가니 당장 영어가 필요했다. 5명의 룸메이트 모두가 미국 여학생들이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중하느라 두통이 오기도 했다. 그렇게 석 달을 고생하니까 귀가 저절로 트였다. 결국 1년 만에 영어를 독파했다.

1년 후 4학년 때 우리나라에 돌아와 '수지의 영어일기'를 쓰게 됐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1년간의 에피소드를 모아서 100회 분량의 방송분량을 만들었다. 미국학생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에 대해 적은 수지의 영어일기는 '소리와 방송국'이라는 사내방송 전문회사를 통해 방송을 탔다. 평상시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직접 DJ를 맡기도 했다.

스스로 몸을 치유한 방법은?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고 3때 걸렸던 폐질환이 다시 재발한 것이다. 4년 전 의사도 재발이 될 것이라 말하지 않았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지만 그 투병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았고 치료를 한다고 해서 또 다시 재발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의료절차를 과감하게 거부했다.

둔기로 맞은 듯한 멍한 느낌이었지만 내가 직접 내 몸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보니 알러지성 호흡기질환이라는 병명도 나왔다. 고3때 걸렸던 병이 폐질환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몇 개월을 헤매다 찾은 것이 명상수련이었다. 의료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일단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호흡명상수련센터를 찾아가서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 안식처를 찾았다는 느낌과 평온함이 밀려왔다. 몸이 아프다보니 마음이 지치는데 마음이 편하니까 계속 수련원을 찾아가게 됐다. 스트레칭을 하고 호흡을 하다 보니 마음이 즐거워지고 6개월이 지나니 기침을 안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병원을 찾아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병인이 다 나았다.

자가 치유가 가능했던 이유는?

직감을 따랐던 것이 옳았다고 판단된다. 어떤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할 때 내 직감을 따라가라. 남의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얻다보면 헷갈릴 수 있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치유를 한 뒤 요가명상에 더욱 심취해 국내에서 1년, 미국에서 1년 반 동안 수련을 하고 지도자과정을 밟아서 지도자가 됐다. 그 후 미국에서 레슬리 대학원에서 심신통합치유 석사과정을 밟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수련은 주로 밤에 하고 낮에는 학업에 열중했다. 7년 반 동안 요가명상 지도자로 일을 했다.

한국에 온 계기는?

치유가 필요한 곳은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지나치게 각박하게 돌아가고 경쟁의식이 치열하기에 강박증까지 겪는 사람이 많다. 일례로 미국 공항에 내리면 천천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나라 공항은 무조건 달려야 했다.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지인의 힐링센터에서 일대일로 관리를 해줬다.

'내가 나를 낫게 한다'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요가와 명상에 대한 개인 관리를 3개월 동안 해줬던 회원 중 한 명이 요가와 명상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리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가와 명상, 힐링에 관한 책을 쓰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그 회원의 말을 듣고 이제는 내가 펼쳐야 할 차례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귀국 후 어려움은 없었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체감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너무나도 변한 세상이라 머리가 휭휭 돌았다. 1년이 된 지금에서야 적응이 될 정도다. 힐링에 대해 일하고 싶어서 왔는데 정작 내가 힐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해 파고다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는데 영어일기를 강의했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힐링을 했던 것처럼 그런 감정을 수강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영어 강사가 일기를 잘 쓰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 정화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 어느 날 보니 영어를 가르치면서 스티브잡스의 마인드업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요가명상센터를 운영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든 외계인이든 힐링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 수업은 1:1 위주로 할 것이다. 5~6명 정도의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요가와 명상도 하고 힐링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할 것이다. 수련생들과 힐링의 6단계를 같이 밟아보고 싶다.

이달 15일에 열리는 저자강연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추구하는 것이 액티브 명상이기 때문에 신나게 진행할 것이다. 앉아서 생각만 정리하는 명상이 아니라 활동을 겸비하는 것이 액티브 명상이다. 1시간은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나머지 1시간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움직일 것이다. 귀국 후 홍대 힐링모션에서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액티브 명상 강의를 3개월 했는데 당시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상당히 만족해했다.

집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책을 쓰는데 약 6개월 정도 걸렸다. 방안에서 집필에 몰두하기 보다는 주로 밖에서 책을 썼다. 집필을 하면서 미국을 갔다 올 정도였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영감이 떠올랐다. 명상이라는 자체를 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는 몸을 움직여야 깨어나는 습성이 있다. 움직임이 더 도움이 됐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원하는 주제를 놓고 표현하는 것이라 집필의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책을 쓰다가 며칠 동안 생각이 안 떠오를 때는 명상을 통해 풀어나갔다. 내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것을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었다. 그 과정은 '내가 나를 낫게 한다'에 그대로 녹아있다. 집필 과정에서 체한 적이 있는데 이를 '셀프힐링'이라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내쉬는 것이 '호'이고 들이쉬는 것이 '흡'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쉬는 호흡을 신경 쓰지 않고 들이마시는 것만 신경 쓴다. 편안한 시간에 심호흡을 해보라. 특히 내쉬는 데 집중을 하라. 계속 내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들이마시게 된다. 내쉴 때는 손끝과 발끝까지 잡생각이 한꺼번에 내려간다는 느낌으로 후하고 입으로 내쉰다. 들이쉴 때는 코로 들이쉬어라. 짧은 시간이지만 훨씬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힐링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걸 놓으면서 나를 다시 찾게 됐다. 더 많이 얻기 위해 공부하고 경쟁에서 승리했던 것 보다 내려놓는 것을 했을 때 보여야 할 것이 보였다. 나를 비우다보니까 내가 떠올랐다. 원래는 하늘인데 천둥번개도 치고 맑았다 갰다 하는 것은 하늘의 본바탕이 아닌데 그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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