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팀 동료 칸과 충돌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유튜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22·레버쿠젠)이 경기 도중 팀 동료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뒤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영상은 지난 8일 독일 HDI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하노버 원정경기 장면이다.

당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70여분 가까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레버쿠젠은 이날 1대1 무승부를 기록, 최근 1무5패라는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경기가 잘 안풀려서였을까. 화풀이의 대상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같은 팀 엠레 칸(20)으로부터 가격을 당한 것이다.

분데스리가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상대편 패널티 박스 정면에서 공을 몰던 엠레 칸은 박스 왼쪽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한다. 손흥민은 공을 중앙으로 드리블하다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던 엠레 칸과 충돌한다. 얼핏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아 일어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엠레 칸은 여기에 단단히 뿔난 듯, 손흥민에게 달려가 자신의 어깨로 손흥민의 가슴 부위를 강하게 가격했고, 손흥민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그라운드에 그대로 쓰러져 통증을 호소한다.

영상으로 봤을 땐, 두 사람의 충돌은 다분히 엠레 칸의 '의도적 행동'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엠레 칸은 손흥민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손흥민을 매섭게 노려봤다. 동료의 부상에도 일으켜 세우지도 않았고, 사과조차 건네지 않았다.

'포스트 발락'이라고 불리는 독일 축구의 유망주인 엠레 칸의 이 같은 돌발 행동은 레버쿠젠의 심각한 부진과 연관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독일 유력 일간지 '빌트'는 최근 레버쿠젠의 부진 원인에 대해 "내부적 파벌 싸움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빌트는 당시 "엠레 칸과 시드니 샘, 스파히치 등 독일 선수들이 주축이 돼 조직력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즉, 독일 선수들이 팀의 부진을 이유로 손흥민과 같은 외국 용병을 심하게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번 동영상을 접한 국내 축구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의도적으로 린치를 당하다니" "일본이나 독일이나…" "비상식적인 행동이 선진축구에서 벌어지다니" "왕따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 맞다" "손흥민 선수 힘내세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공통적으로는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행동'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누리꾼은 "독일인인 칸은 항상 외국인에게 불친절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축구팬들도 '멀티 플레이어' 엠레 칸의 행동에 대해선 "고의적이다" "신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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