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회장의 야심작 'BIT'에 약 1조 투입…성과 없이 손실만

KT가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한 내부 IT통합프로젝트 ‘BIT’사업의 실패로 인해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BIT 사업은 이석채 전 회장 체제의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KT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1년 체신부 조직에서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KT가 적자를 낸 것은 이석채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정보 시스템 전환(BIT)’ 프로젝트에 무리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BIT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붓고도 별다른 성과 없이 회사에 손실만 남겼다.

BIT 프로젝트 핵심인 영업지원시스템(BSS)은 유선과 무선 영업망의 주문과 과금, 고객관리 체계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작년 9월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작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개발 단계에서 지나치게 협소한 범위만이 적용되면서 주문과 빌링 처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사용하던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KT는 결국 이달 21일 BSS 안정성과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전면 재설계에 나서기로 했고, 기존에 투입한 2700억원은 손실 처리했다. 정정 공시에서 KT의 자산총계는 35조399억원에서 34조8445억원으로 수정됐다.

하루아침에 회사의 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BIT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 사업은 네트워크를 제외한 경영정보, 영업, 시설, 서비스 등 사실상 KT의 모든 IT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석채 전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사업으로 투자금액만 1조원에 이른다.

현재, BIT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정보시스템에 해당하는 ‘BSS'(유무선 통합고객 영업시스템)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 완성되었어야 하는 BSS에 대해 회사 측은 “확신을 갖지 못”했고 이 부분을 전면 재개발하기로 결정하, 여기에 투자한 비용 2700억 원을 ’손실‘처리한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BSS의 경우 요금 고지 등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1%만 잘못 되도 엄청난 고객 민원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현 프로그램이 잘못되어 있다”고 말했다.

BIT 사업의 핵심 주체는 대외적으로는 표현명 사장이지만 그 추진 라인은 김홍진 전 G·E부문 사장이다.

KT는 지난달 말 작년 4분기와 2013년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기습적으로 약 3주가 지난 20일 밤에서야 정정공시했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 나머지 쉬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증권가 전문가는 “시총이 8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가 뒤늦게 정정 공시를 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로도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무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중견·중소 기업이 정정공시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KT 같은 대기업이 투자의 향방을 가르는 당기순손실 발생 사실을 뒤늦게 발표한 것은 부정적인 사실을 은폐하려는 고의성이 있는 행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이사회가 20일에 열렸기 때문에 정정공시가 늦게 나왔다”며 “이사회가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영업외 비용이 크게 발생한 게 있어서 이날 오후에 정정공시를 냈다”고 해명했다.

장해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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