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중단에 금리까지 올라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들
제일 많이 늘어난 전세대출… 전셋값 오른 영향 무시못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권이 전세자금대출까지 관리에 나서며 변동금리를 올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권이 전세자금대출까지 관리에 나서며 변동금리를 올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이 거세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올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늘어만 가고 있다.

집값과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금융당국이 18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맞추라는 압박을 가하다보니 은행들은 대출중단,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실수요자이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가계대출을 조여오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전세자금대출까지 관리 강화에 나서며 금리를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0.15%포인트(p)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신규 코픽스(COFIX)를 지표금리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주기 변동)의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낮췄다.

이날부터 새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0.15%포인트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2.65∼4.15% 범위인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대출기간 5년이상·아파트·신용 1등급)는 2.80∼4.30%로 상향조정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금리(고정금리)의 경우 2.76∼4.26%에서 변화가 없다.

전세자금대출 신규 코픽스 변동금리(6개월주기 변동)의 우대금리도 0.15%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KB국민은행에서 새로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소비자의 금리는 2.64∼3.84%에서 2.79∼3.99%로 높아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다른 시중은행들의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당행의 대출 증가세가 강해지면서 가계대출 총량 적정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전세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씩 높였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전세대출도 옥죄는 것은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대출의 증가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3일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0.15%포인트(p)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
KB국민은행이 3일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0.15%포인트(p)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말기준 전세대출은 119조96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02%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5.42% 늘어난 140조8942억원, 주택담보대출은 4.14% 증가한 493조4148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눈에 띤다.

이처럼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대출의 증가율이 가파른 이유로 전세값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3㎡당 4017만원으로 KB 조사에서 자치구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4000만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1년 새 전셋값이 3.3㎡당 721만원 올랐고 2017년 5월(2533만원) 대비로는 1484만원 상승했다.

다만 전세대출은 사실상 무주택 실수요가 많은만큼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면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을 묶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말까지 3분기 한도소진을 이유로 신규취급을 중단했던 전세대출을 지난 1일부터 재개했다.

단 기존에 은행 전체에서 분기별로 대출상품 한도를 관리하던 데서 지점별로 월별 신규한도를 부여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3분기(7~9월) 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되면서 지난달 20일 신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했다.

2분기(4~6월)에도 5월에 한도가 조기 소진돼 신규 대출을 중단했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전면 대출 중단을 피하기 위해 대출한도 관리 방식을 은행 전체에서 지점별로 바꿨다. 총량 관리 기간도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줄였다.

이에 따라 대출한도가 소진되더라도 전체 은행이 아닌 해당 지점이 중단되는 등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중단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 및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대출 한도 관리조건을 변경해 다시 전세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부분이어서 전세대출 금리 인상과 중단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은행이 아닌 무주택 서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와 관련됐기에 다른 대출보다 더욱 신중하게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시장상황에 맞게 가계대출 관리대상에서 실수요자 전세대출을 분리하는 등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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