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게시물 100건 넘어…소비자단체 활동 위축 우려

오뚜기가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힌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 진라면이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
오뚜기가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힌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 진라면이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라면값 인상 결정을 내린 오뚜기에 비판 목소리를 낸 소비자단체에 오히려 비판이 쏠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뚜기 팬덤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대거 몰려들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다.

지난 15일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의 가격을 최대 12.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스낵면이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이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인상된다.

오뚜기 측은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설비 자동화, 원료 및 포장재 등의 원가 절감,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 제품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며 "그 결과 2008년 4월 라면 가격 인상 이후 13년간 라면 가격을 동결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오뚜기 측은 "오뚜기 라면이 지금까지 좋은 품질과 가격적 혜택을 제공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가격은 물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2일 성명문을 통해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에 반발했다. 단체 측은 "라면은 서민 물가를 책임지는 대표 품목으로서 서민의 한 끼 식사로 사용되는 생활필수품"이라며 "정부에서도 라면 가격 인상을 물가 안정의 기초로 삼을 만큼 소비자의 식생활에서 라면은 식생활에서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품목"이라고 짚었다.

이어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뚜기의 이번 가격 인상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단체는 소맥분과 팜유의 수입가격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시계열에서는 하락추세를 나타낸 점을 들어 가격 인상 근거가 약하다고도 꼬집었다.

이 성명은 언론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이후 오뚜기 팬덤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글이 해당 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을 채우기 시작했다. 작성된 게시글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가 12년 만에 라면 값을 올렸는데 이를 지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부터 "농심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는 식의 비난 글도 올라왔다.

단체 측은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가격 인상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냈는데, 이를 특정 기업을 옹호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 전 CJ제일제당이 스팸 등 육가공 제품의 가격 인상 결정을 내렸을 때에도 "가격 인상 근거의 타당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관련 업계는 이런 단체 행동을 소비자단체가 외부 압력으로 느끼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근거 없이 소비자단체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의 연합 조직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 한국YWCA, 소비자교육중앙회 등 11개 회원 단체와 전국 188개 지역 단체를 회원 단체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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