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러닝 머신’ 플럭서스 작품과 현대 작가 21팀 작품 선보여

▲ ‘김나영&그레고리마스, 플럭서스가 플로어에 놓였는가 또는 플로어가 플럭서스 위에 놓여있는가, 2013’ 작품에 대해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김대희 기자)

보는 즐거움을 넘어 배우는 교육적 의미의 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이와 관련해 직접 보고 느껴볼 수 있는 전시인 ‘러닝 머신 Learning Machine’전을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6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여름 특별 기획전으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플럭서스 작가들이 창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이 갖는 교육적 의미에 주목해 ‘가르치고 배우는 장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흐름’ ‘변화’라는 뜻을 갖고 있는 플럭서스(Fluxus)는 196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발생한 경험적인 예술 운동으로 백남준을 비롯해 조지 마키우나스, 요셉 보이스, 조지 브레히트, 요코 오노, 앨리슨 놀즈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 디자인얼룩, 모뉴멘트 이웃, 2013.

이들은 예술이 창작 활동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연장이 되기를 희망했으며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변화하는 예술을 지향했다. 장르의 경계가 없고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권위적인 기존의 예술에 도전한 플럭서스는 오늘날의 미술이 표방하는 탈장르, 다문화, 인터미디어 등의 흐름을 선도한 예술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다.

흥미롭게도 플럭서스가 창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오늘날 교육의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체험교육, 통합교육과 깊이 연관된다. 최근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이라는 과거의 학습모형을 폐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배움 공동체가 생겨나는 것도 ‘배움’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러닝 머신’전은 플럭서스 예술가들의 이러한 교육적 방법론에 주목해 현대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재설정하고 직접적인 수행을 통한 학습과 학제 간 협업이라는 배움의 유형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플럭서스 작품들과 그와 관련된 현대 작가들 총 21팀의 작품 70여 점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조지 마키우나스의 독특한 학문 분류표 ‘러닝 머신’과 시공과 통념을 초월해 다양한 사고방식을 저울질하는 미에코 시오미의 ‘플럭서스 저울’ 그리고 기발한 발상들이 떠다니는 백남준의 ‘데콜라쥬 바다의 플럭서스 섬’ 등의 작품이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전시된다.

▲ 박이소, 밝은미래를 설계하는 책상, 2000.

작가이자 미술교육가로서 평생 깊은 고민을 안고 살았던 고(故) 박이소의 ‘작업 노트’와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를 만나 배우는 정은영, 심채선, 박문칠의 ‘예술가의 배움’은 예술가의 교육학을 보여주며 트램플린을 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보는 안강현의 ‘스냅샷’도 낯선 이미지의 체험을 느끼게 한다.

‘플럭서스가 플로어에 놓였는가, 또는 플로어가 플럭서스 위에 놓여 있는가?’라는 동어 반복적이며 모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듀오는 일상의 사물과 개념적인 언어를 연결해보는 일종의 배움의 과정을 칠판 드로잉과 그래픽 작업으로 보여준다.

비닐로 씌워진 자신의 작품이 대학 실기실에서 칸막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김용익은 비닐 위에 글을 써서 이 칸막이를 다시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작가는 ‘글쓰기’라는 행위로 예술의 지위를 부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예술’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든다.

▲ 백남준, Fluxus island in decolle ocean.

성미산 마을에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해온 디자인얼룩은 ‘창조적 놀이’라는 예술의 지위와 교육적 의미를 공동체 내에 구축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들은 마을 축제기간 벌어진 이웃과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예술가와 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탐문의 결과를 전시한다.

이 외에도 모나미 153 볼펜과 연결된 사실들을 수집한 김영글의 ‘모나미 153에 대한 10가지 진실’, 드로잉하는 삶을 살고 있는 김을의 ‘드로잉하우스’, ‘탁구’라는 운동 행위를 창조적 경험으로 재구성한 김월식의 ‘팡펑퐁풍핑’ 등이 선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플럭서스 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참여 작가 8명이 제안한 학습 도구를 모은 ‘러닝 머신 키트’를 제작해 판매한다. 러닝 머신 키트는 손쉬운 구매가 가능한 예술작품이면서 일상 안으로 퍼포먼스를 끌어들일 수 있는 흥미로운 도구가 된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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