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이른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의 상징이었던 유통업계 CEO들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최대한 사생활을 감추고 뒤에서 카리스마 있게 진두지휘를 펼치는 게 일반적이었면, 이젠 기업의 얼굴로 적극 나서 소비자, 직원과 소통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롯데홈쇼핑의 이완신 대표는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아 직접 유튜브 소통 라이브에 얼굴을 비췄다.

60분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20주년 기념 방송은 대표의 훈화 방식에서 벗어난 형태였다. 근속 20주년 사내 부부들과 인터뷰, 게임을 진행하는 코너, 20년 근속 직원들의 소감 영상, 지난달부터 진행된 직원 참여 '블라인드 오디션' 우승자를 공개하고, 축하공연도 진행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이건준 사장은 방송인 강호동과 딱지를 쳤다. 딱지치기 신동이었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이 사장과, 필살 딱지 설계부터 파워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까지 전수받는 강호동까지 딱지치기에 혼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장녀 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잇따라 출연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달 21일 이 채널에서 자신의 사무실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CEO의 친근한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스스로의 취향과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선호하는 MZ세대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건준 사장이 출연한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머선129' 첫편 '편의점계의 큰 손 CU 털러 드가자~'는 지난달 23일 공개된 지 하루만에 130만 조회수를 넘겼다.

함영준 회장이 사무실을 공개한 영상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99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는 MZ세대와의 소통에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업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반면 보수적인 경영 마인드를 고수하며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던 기업들은 소비자의 외면 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로 매각 상황까지 맞은 남양유업의 경우 내부에서도 소통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복 운전으로 논란이 된 아워홈, 그리고 성 차별 이벤트 기획으로 소비자의 지탄을 받은 무신사는 소비자의 지탄 속 CEO가 교체되기도 했다.

시대 흐름에 맞는 경영을 투명하고 친근하게 보여주는 기업이 사랑받는 시대다. 여기에 특히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신중함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특히 친근하게 소통하며 '용진이형'이라고도 불리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려 왔다.

하지만 최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안하다 고맙다' 문구를 지속적으로 SNS에 올려 일부 소비자로부터 불매 운동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CEO의 한 마디, 행동에 기업의 흥망성쇠가 갈리는 시대다. 과거의 엄근진을 고수하며 고자세로만 있으면 불통으로 외면받고 도태될 수 있다. 엄근진을 벗어나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솔직하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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