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시중은행에 갈 곳을 잃은 돈이 몰려들면서 이달 들어 30조원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하고 증시도 힘을 못 쓰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수시입출식예금(MMDA) 제외)은 654조84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626조4790억원보다 28조3669억원이 급증한 규모로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월 29조277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할 때 언제든 은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이다.

요구불 예금은 지난해 12월말 582조1680억원에서 올해 1월말 576조55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월 말 605조828억원에서 3월말 617조4389억원까지 폭증했다가 4월말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요구불예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올해 연초까지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요구불예금은 빠르게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주식시장이 횡보세를 거듭하고 있고 가상화폐 변동성도 급격히 커지면서 대기자금을 요구불예금에 넣어놓고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한때 4000만원대로 하락했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오후에 5100만원대로 소폭 반등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9분 현재 1비트코인은 5108만9000원이다. 24시간 전보다 1.93% 올랐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같은 시각 개당 5134만2000원이다.

공황 매도(패닉셀)와 저가 매수가 겹치면서 이날 코인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의 2배에 달했다.

은행권에서는 올 연초부터 공모주 청약 등 활발했던 증시와 가상화폐 열풍으로 요구불예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지만 최근 이러한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요구불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시장이 최근 급락하면서 투자를 망설이며 관망하는 자금들이 더욱 몰려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