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설에 더 힘 싣는 모양새
중고나라 투자까지 다양한 움직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공식블로그]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공식블로그]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빠르게, 또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새 대표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나 본부장을 롯데온 이커머스 사업부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임명은 다음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나 본부장의 소속 및 활동 내용이다. 나 본부장은 1996년 롯데에 입사했던 롯데맨 출신으로, 이후 LG텔레콤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 몸담았다.

그는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한 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간편결제 시스템 '스마일페이' 사업을 이끌었다. 현대카드와 함께 선보인 전용 신용카드 '스마일카드' 사업도 주도한 이커머스 전문가로 통한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롯데는 온라인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1996년 온라인 종합쇼핑몰 롯데닷컴을 출범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고, 지난해 4월엔 롯데온을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그동안 경쟁업체인 쿠팡은 미국 상장을 이루고, 네이버와 신섹계가 손을 잡는 등 앞서 나갔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롯데온의 부진을 직접 언급했고, 지난달 조영제 사업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롯데는 조 사업부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후임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사진=이베이코리아 공식 블로그]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사진=이베이코리아 공식 블로그]

이 가운데 업계는 나 본부장이 롯데온 시스템 고도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롯데 출신이면서도 외부에서 이커머스 전문가로 활동해온 만큼 롯데의 내외부 상황을 전반적으로 잘 이해하고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 본부장 영입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사전 밑그림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는 16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이커머스 업계 3위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거래액 규모로는 네이버만큼 커진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를 잘 아는 나 본부장을 통해 인수전을 유리하게 이끌 것으로 보인다. 추후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롯데온과 결합 과정에서 발생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이커머스 전문가 영입을 통해 롯데온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나 본부장 내정,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 입찰 참여뿐 아니라 최근 중고나라에 투자하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유진자산운용과 NH프라이빗에쿼티(PE)·오퍼스PE가 조성하는 사모펀드에 약 200억~3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엔 롯데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사진=롯데쇼핑] ⓜ
지난해 4월엔 롯데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사진=롯데쇼핑] ⓜ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해 현재 회원 2330만여명과 월 사용자 1220만명을 보유한 중고거래 대형 커뮤니티다.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급성장해 왔다.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으며, 미래 더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롯데는 온라인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고거래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롯데가 중고나라와 손잡고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방식을 전개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계획을 이뤄가고 있는 롯데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마트·SSG닷컴 강희석 대표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엔 이마트를 비롯해 SK텔레콤과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뛰어들었다.

이베이코리아 출신 전문가인 나 본부장을 영입하더라도 부진을 이어왔던 롯데온의 시스템 고도화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는 동안 경쟁 업체들이 점점 치고 나가면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중고나라의 경우 중고거래 시장에서 앱을 통한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될 때 '앱 전환'에 중고나라가 뒤쳐지는 동안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중고거래 시장 특성상 상품 검수가 어렵고, 사기 가능성이 있다는 맹점도 있다.

또 고객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서비스를 보여주지 않는 한 기존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제대로 들이지 못하고 외면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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