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간 출혈 경쟁 및 완성차 업계 자체 개발 소식에 '먹구름'

국내 배터리 3사. [CG=연합뉴스] ⓜ
국내 배터리 3사.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제 2의 반도체로 주목 받았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대내외 악재에 휩싸이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을 시작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 성장주로 꼽혔다.

하지만 1년 새 분위기는 반전이 됐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높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자체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배터리 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했다.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에 6곳의 기가팩토리를 설립할 계획이다.

배터리 내재화에 나선 것은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지난해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자체 배터리 생산에 착수했다.

BMW도 지난 2019년 LA오토쇼에서 배터리 개발 기술을 내재화하고,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본격적으로 배터리 독자 생산에 착수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 점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LG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해 SK에 승소한 가운데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장기화 되면서 신규 수주에 방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배터리 데이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파우치형을 줄이고 각형 배터리 비중을 늘려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대형 수주 소식도 최근 들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폭스바겐 배터리 정책 변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일찌감치 수주 잔고를 쌓아 놓은 상황에서 당장은 큰 충격은 없겠지만, 현 상황이 지속 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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