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해순 산업경제팀 기자

올해부터 관공서에 민원서식을 제출할 때는 무조건 도로명 주소만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도로명 주소가 국민들에게 길 찾기 등의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 홍보하며 강행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런데 정말 도로명 주소를 꼭 사용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주소는 주로 음식점 배달, 우체국 우편물, 소방서, 경찰서, 물류 택배, 택시(교통) 등 분야에서 많이 사용한다. 일반 시민들은 집을 찾거나 행정업무, 관공소, 은행, 약속장소 등에 주소를 필요로 한다.

지난해 6월 안전행정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 도로명 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는 시민은 34.6%, 민간부문의 도로명 주소 활용도는 23.4%에 머물고 있다. 또 우정사업본부의 조사에서도 도로명 주소를 우편물에 사용하는 비율은 10월 기준 17.22%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도로명 주소에 대한 전면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일각에선 도로명 주소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길 중심의 문화가 아니라 삶 속에서 역사·문화·환경 등이 모여 동 이름을 결정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새 주소 체계는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준비 기간만 17년, 투입한 예산만 4000억 원에 달했다. 도로명 주소를 사용할 때 따르는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여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킨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새 주소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옛 주소를 병행해서 쓰는 등 여러 가지 허점도 드러내며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예산부족 이유로 도로명판 설치에 따른 일제조사를 미뤄오다 3월쯤 현황파악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지며 ‘탁상 행정’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변경되면 이를 통해 일부 혼란이 생기기고 경제적 비용은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면만 보더라도 누구도 도로명 주소가 반드시 필요하고 꼭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굳이 도로명 주소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의문을 남긴다.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새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겠다고 하면 이런 저런 말은 많겠지만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겠다며 시행한 도로명 주소는 오히려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한다.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빠른 길을 알려주는 무료 네비게이션 앱들도 있다. SKT ‘T맵’, KT ‘올레네비’,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네비’ 등 각 통신사에서는 자체 회원 및 타사회원을 위한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앱을 통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자부하면서 정부의 정책은 너무 느린 ‘뒷북 정책’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정부 또한 발 빠르고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해순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해순 경제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