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놓친 현대차, '2조원대' 한전 삼성동 부지에 눈독…삼성과 매입 경쟁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사진=네이버 항공뷰)

국내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뚝섬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현대차 그룹이 새로운 대안으로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동 부지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여 온 삼성그룹과 함께 국내 재계 1‧2위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됐다.

한전 부지는 삼성 그룹이 삼성생명을 통해 2011년 인근 한국감정원(1만989㎡) 부지를 2328억원에 사는 등 매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한전 부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울 뚝섬 옛 삼표레미콘 자리에 110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약 2조원을 투자해 초고층 빌딩을 짓고 그룹 전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을 공표하면서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부도심 범위에서 뚝섬 부지가 빠지게 됐다. 현대차로서는 8년가량 추진해 왔던 일이 무산되면서 새 사옥 부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재동 사옥이 비좁아 한전 부지를 비롯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한전에 공식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적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전 본사가 있는 삼성동 부지는 축구장(약 7000㎡) 11배 넓이인 7만9342㎡(2만4000평) 규모에 달한다. 공시지가로는 1조4837억원, 시세로는 2조원대에 각각 이른다.

현재 한전 부지에는 지상 22층 높이 본관(대지 2889㎡)과 지상 4층 한빛홀(강당·3217㎡), 5층 규모 별관(3618㎡)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이 들어선 공간은 전체 부지의 12% 정도다.

특히 한전 부지는 부지 면적만 따지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3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6배 안팎이다. 호텔 등 대형 빌딩 4개가 들어선 여의도 IFC보다도 2배 이상 넓다. 롯데가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 부지(8만7770㎡)와 비슷한 규모다.

현대차에 있어서는 계동의 현대차 영업본부, 압구정동의 기아차 영업본부 등과 현대모비스 등을 한데 모아야 하는 내부적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전 부지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았을 만큼 이 지역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인근에는 파크하얏트·그랜드인터컨티넨탈 등 특급호텔이 다수 있는 데다 대형 컨벤션센터인 코엑스가 있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다만 한전 부지의 95%는 3종 주거지역으로 현재로서는 세울 수 있는 건물 높이가 5~6층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풀어야 할 부분이다.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현대차와 삼성그룹 외에도 국내에서 빌딩 투자를 활발히 해온 동남아 국부펀드 등 외국계 자금들도 한전 부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조~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려면 현대차 등 기업들과 연·기금, 사모펀드 등 금융권이 컨소시엄을 이뤄 부지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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