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금 고지 전에 과세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과세전 적부심사제'를 일부 불합리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부실과세 방지 및 납세자 권익보호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 본청과 서울 등 6개 지방국세청은 2010년부터 3년간 총 2721건의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를 처리하면서 14건에 대해 회의에 재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심의결과를 존중하는 게 바람직한데도 재상정의 근거나 사유, 절차 등에 관해 아무런 규정도 마련하지 않고 재상정했다.

특히 재상정된 14건 중 6건은 당초 의결내용이 번복됐고 이중 불복절차에서 당초 위원회 결정대로 다시 뒤집어진 경우가 2건 발생해 과세전 적부심사 업무의 공정성 저해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0년 2월 모 그룹의 전 회장이 주식을 친인척 5명에게 명의신탁했다는 이유로 1642억여원의 세금 통지를 보냈고 이에 납세자들은 한달 뒤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국세심사위원회는 같은 해 10월 명의신탁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납세자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국세청은 이를 다시 회의에 상정해 또 1834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그러나 납세자들의 청구에 따라 조세심판원이 당초 국세심사위원회의 의결대로 납세자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히려 국세청은 환급가산금 62억원을 물어주는 등 국가부담을 초래하기도 했다.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의 처리 지연으로 납세자가 가산세를 물게 된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2010년 7월 한 기업체가 저작권료를 부당하게 지급했다며 법인세 등 122억여원의 과세를 통보했고 이에 업체는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를 냈다.

그러나 국세청은 사안이 복잡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청구 접수 9개월이 지난 2011년 5월에야 국세심사위원회에 상정해 기각함에 따라 이 업체는 납부불성실 가산세 5300여만원을 부담하게 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의 재상정 근거와 절차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를 장기간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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