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발족…정비사업 특성상 준법경영 쉽지 않아

2015년 이후 주택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춰던 삼성물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재진출에 나선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입구를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2015년 이후로 주택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모습을 감췄던 삼성물산이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사업 진출을 본격화 한다. '래미안' 브랜드의 강력한 인지도를 앞세워 재정비 시장에서 기존 건설사들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오랜만에 사업에 나서는 만큼 고민도 많아 보인다.

지난달 22일 열린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재건축 시장에 좀처럼 보이지 않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등장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물산이 공식 입찰 절차에 따른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7년 서초구 방배5구역 이후 처음이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기점으로 올해 주택 재정비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그동안 뜸했던 주택 재정비 사업에 나선 것을 두고 수주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실적에 따르면 건설부문 매출은 11조6530억원,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2018년 매출 12조1190억원, 영업이익 7730억원에 비해 각 4%, 30%씩 줄었다. 지난해 수주 부진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주택사업이 포함된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20조844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13조7770억원으로 2018년 14조7400억원에 비해 7% 줄었다.

수주잔고 감소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위축에 따른 영향이 크다. 분기보고서 상 주택사업 수주현황은 지난 2015년 수주한 신반포한신3차재건축사업이 최근 수주현황으로 분류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신반포3차 사업을 수주한 뒤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개관한 '래미안 라클래시' 견본주택.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잔액으로는 신반포한신3차(계약잔액 1조1070억원), 온천4구역(9234억원), 연지2구역(6276억원), 온천2구역(4241억원)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 모두 2023년에는 완공돼 2023년 이후에는 삼성물산 주택사업이 수주절벽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벼랑 끝 상황이 삼성물산을 다시 주택 재정비 사업으로 끌어냈다는 해석이다.

삼성물산은 주택 재정비 사업의 최강자로 꼽힌다. ‘래미안’브랜드를 앞세워 2015년 이전 까진 재정비 사업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주택 재정비 사업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 시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GS건설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각자 브랜드를 내세워 정비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택정비 사업에서 '래미안'이 갖는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지만 최근 경쟁 업체들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로 고급 주거문화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 전반에 새로 도입한 준법감시위원회도 부담이다.

삼성물산은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주요 계열사 7곳 중 하나다. 삼성물산도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대상이 되는 만큼 경영 판단에 있어 준법 강화를 더욱 신경 쓸수밖에 없어 수주전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특성상 곳곳에서 부정행위가 암묵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강화한 삼성물산 입장에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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