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 개정…탄력근로제 개선 입법 지연 따른 잠정적 조치

31일부터 업무량이 급증한 기업은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다.[CG=연합뉴스]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예상치 못한 일로 업무량이 급증한 기업은 31일부터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가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확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존 시행규칙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로 제한했었다.

이번 개정 규칙은 여기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에 대한 대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개발(R&D) 등을 추가했다.

주로 재해·재난 대응에 활용해온 특별연장근로를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노동자에게 법정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넘는 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해당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인가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시행규칙 개정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집중 노동이 필요한 예외적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경영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작년 12월 시행규칙 개정 방침을 밝히고 한 달여 동안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노동부는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할 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격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 설명자료’도 발간해 산업 현장에 배포했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업무량 급증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쓰려면 납기 단축 등으로 업무량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단기간(최대 4주)에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등 금전적 손실이나 원료 부패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설명자료는 ▲대규모 리콜에 따른 자동차 정비 업무 ▲시스템통합(SI) 기업의 테스트 등을 앞둔 시스템 대폭 수정 ▲단기간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과일 등 원료의 부패 우려가 있음에도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경우 등을 꼽았다.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는 연구개발의 사례로는 ▲소재부품기업법에 따른 소재·부품 개발 기업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 ▲이와 연관된 테스트 등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 ▲기술적으로 중요하거나 산업간 연관 효과가 큰 연구개발 등이 제시됐다.

노동부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사용이 확산할 경우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우선 특별연장근로가 원칙적으로 주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주 12시간을 넘을 경우 그 기간을 연속 2주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재해·재난과 인명 보호, 돌발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쓸 경우 그 기간은 최장 4주로, 연구개발은 최장 3개월로 제한된다.

돌발 상황 수습과 업무량 폭증의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쓰더라도 1년 내 사용 기간이 90일을 넘을 수는 없다. 연구개발로 특별연장근로를 3개월 넘게 쓰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별연장근로를 쓰는 사용자는 노동자가 요청할 경우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업무량 폭증과 연구개발의 경우 ▲특별연장근로의 1주 8시간 내 운영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특별연장근로 시간에 상당하는 연속 휴식 부여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가 어디까지나 탄력근로제 개선 입법의 지연에 따른 잠정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면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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