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계열사 지분 모두 매각…지배구조 개편 작업 탄력 붙을 듯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딴지를 걸었던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엘리엇이 철수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했던 현대자동차 지분 2.9%, 기아자동차 2.1%, 현대모비스 2.6%를 지난해 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당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며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그해 5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지배구조 개선에 미흡하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과 두 회사의 자사주 전량 소각, 순이익의 40∼50% 수준으로 배당금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엘리엇에 동조하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주주총회를 포기하고 물러섰다.

이후에도 엘리엇은 주주가치를 높이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엘리엇이 요구한 8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과 엘리엇 측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안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이 약 2년만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총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배당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재계에서는 엘리엇 철수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파고들었던 엘리엇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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