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임기제한·임원후보 검증강화 등 법 시행령 개정…여성 사외이사도 물색해야

정부가 이르면 올해 3월 주총부터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상장사들이 비상에 걸렸다. /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 전 확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정부가 주주·기관투자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 개정에 나서면서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최근 수년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오던 터에 이번 개정으로 부담이 한층 커져 '주총 대란'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률 개정의 골자는 ▲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 ▲ 이사 후보자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 ▲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룰) 완화 등이다.

이에 따라 당장 주총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른다고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특히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소기업 사외이사의 경우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해 기업이 어렵게 모셔오는 입장인데 이번 개정으로 사외이사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한 것도 사외이사 확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기업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는 규정까지 새로 생겨나 여성 사외이사 찾기에도 나서야 할 판이다.

다만 법 시행일부터 2년 이내에 개정 규정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부칙에 포함되서 기간이 조금 남아있는 편이지만 이 또한 기업에는 부담이다.

기업 단체들은 최근 정부가 사외이사 규제에 나서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유능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 이상 상장사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인 우리나라 주총 결의요건을 고려하면 적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많은 기업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번 상법 등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며 "연기금이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도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을 키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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