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토부 고시 위반이지만 처벌규정 없어"…사업만 지연된 셈

서울 용산구 한남3 구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과열 수주전을 벌였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대형 건설사 3곳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이태일 부장검사)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 3곳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입찰방해 등 혐의로 수사한 결과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을 특별 점검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이들 건설사가 입찰참여 제안서에서 사업비·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 조합 측에 직·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고, 분양가 보장 등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내용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방해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는 입찰제안서에서 이사비·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하지 못하도록 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부 고시) 제30조 1항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도시정비법이 금지하는 것은 계약체결과 별개로 계약 관계자에게 이익을 제공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뇌물성을 처벌하는 것"이라며 "입찰 제안서에서 조합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 계약 내용이기 때문에 처벌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입찰제안서에서 '분양가 보장' 등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약속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입찰방해죄는 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방해해야 성립한다"며 "(건설사들이) 입찰 제안서에 기재된 항목 중 일부를 이행할 수 없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 입찰방해죄의 위계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 건설사가 입찰제안서에서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법상 이를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며 입찰 건설사 3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조합에는 입찰 중단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재입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향후 재입찰 과정에서 또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서울시는 조합에 기존 입찰을 취소하고 재입찰을 하라고 압박한 결과가 사업만 지연시킨 꼴이 됐다.

한편 한남 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가 대상이다.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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